그 해 여름, 가장 푸르던 (11) - 에세이
중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침대 기차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물방울양과 동생이 중국에 온다면 꼭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침대기차에서의 시간. 일정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말 그대로 열차 안에 좌석 대신 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상, 중, 하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보통 3명이서 여행을 하면 이 상 중 하 요 한줄을 다 예약하게 된다. 상칸과 중칸에서는 허리를 숙이고 앉을 수 없고, 하칸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창이 크게 뚫려 있어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데, 이풍경이 다채롭고 이색적이라 창 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금세 하루가 다 지나가곤 한다. 이곳 열차에 앉아서 우리는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일기도 쓰고, 세수도 했다.
무심하게 누워있던 맞은 편 청년이 말을 걸었다.
“안녕! 말하는 것을 듣자하니 한국인 같은데, 맞니?”
“맞아. 우리는 한국에서 왔어.”
반가운 기색으로 본인이 보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더니
“지금 내가 보고있는 것은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의 대회 영상이다. 그들을 아느냐?” 했다.
게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 사람들은 다 게임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아쉽다…”
게임을 알았으면 그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는 그 이후로 10시간동안 한번도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게임방송만을 봤으며, 아침에 눈을 뜨니 전 역에서 내렸는지 보이지 않았었다.
간식 수레를 끄는 아저씨가 말을 걸기도 하셨다.
“아저씨, 과자 하나랑 음료수 하나 주시겠어요.”
“오! 너희는 한국에서 왔구나. 중국 여행을 하며 즐거웠느냐?”
“네! 즐거웠어요. ”
“중국에는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지가 많단다. 잘 놀려무냐!”
그 후로도 몇번 더 복도를 지나가시는 아저씨께 계속 인사를 드렸다.
식사 시간이 되면 간식 아저씨가 간식 대신 도시락을 수레에 가득 싣고 왔다.
우리는 도시락 두개를 주문해 함께 준비한 컵라면을 끓여 식사를 즐겼다.
10시경이 되면 열차에 불이 꺼진다. 새벽에 내려야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상 서비스도 준비되어있다. 불이 꺼진 열차, 침대기차 위에 몸을 뉘이면 머리 맡창문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느낄 수 있다.
성인 한명이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이지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침구에서는 햇볕에 잘 말린 빨래 냄새가 났다. 쏟아지는 달빛을 맞으며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를 듣다보면 나도 모른 사이에 잠에 빠져들게 된다. 아이고야. 물방울양은 맞은편에서 주무시는 아저씨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 쉽게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