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2026년 1월 1일
25년 현재 웨이브(Wavve)를 통해 SSSS.GRIDMAN(그리드맨)부터 SSSS.DYNAZENON(다이나제논), 그리고 극장판인 그리드맨 유니버스까지 이어지는 그리드맨 유니버스 시리즈를 모두 감상했다. 이 시리즈는 일본의 특촬물 제작사인 츠부라야 프로덕션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트리거가 합작하여 만든 프로젝트로, 1993년에 방영된 특촬물 전광초인 그리드맨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원작이 방영된 지 30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현대화한 시도는 단순한 복고를 넘어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을 감상하며 가장 먼저 감탄한 지점은 작화와 액션의 퀄리티다. 스튜디오 트리거 특유의 역동적인 연출은 거대 로봇 액션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특촬물의 요소를 현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거대 괴수가 등장할 때의 카메라 구도나 건물이 파괴되는 연출, 그리고 합체 장면 등에서 느껴지는 육중한 무게감은 과거 특촬물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로망을 세련된 영상미로 구현해냈다. 3D CG와 2D 작화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현대 메카닉 애니메이션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Boy Meets Girl(보이 미츠 걸)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리드맨에서의 유타와 릿카, 다이나제논에서의 요모기와 유메로 이어지는 관계의 서사는 단순히 로봇이 싸우는 만화 이상의 감동을 준다. 서툴고 불안한 청춘들이 서로를 만나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세상을 구하는 힘을 얻는다는 고전적인 테마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준다. 캐릭터 간의 미묘한 거리감과 감정선이 액션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뤄지기 때문에, 시청자로 하여금 인물들의 성장에 더욱 깊게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작품 전반적으로 전개가 매우 빠르고 때로는 설명이 생략되는 지점이 종종 있어 서사 구조에 단락흔이 발생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건이 일어나는 계기나 설정상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가끔은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력을 바짝 끌어올려야 했다. 또한, 80~90년대 원작 특촬물을 보지 않은 세대 입장에서는 작품 곳곳에 숨겨진 오마주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원작 팬들에게는 열광적인 포인트가 되었을 지점들이 나에게는 다소 뜬금없는 설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앞선 아쉬움들을 한꺼번에 씻어주는 훌륭한 완결판이었다. 서로 다른 세계관인 그리드맨과 다이나제논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크로스오버의 즐거움은 물론, 그동안 흩어져 있던 복선과 떡밥들을 유기적으로 회수하는 전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특히 주인공들이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고 진정한 유대를 형성하며 최후의 적에 맞서는 장면은 시리즈를 정주행해 온 시청자에게 최고의 보답이 되었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는 과정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최근 본 어떤 시리즈보다도 강력했다.
결론적으로 그리드맨 유니버스 시리즈는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훌륭하게 재탄생시킨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특촬물에 대한 향수가 없더라도 매력적인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 그리고 따뜻한 인간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웨이브를 통해 이 방대한 세계관을 한 번에 달린 시간은 충분히 가치 있었으며, 마지막 유니버스까지 보고 난 뒤의 여운은 한동안 가시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