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중순~ 12월 말; 20시간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일본의 거대 모바일 게임 지식재산권인 그랑블루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액션 RPG다. 사이게임즈가 개발을 맡아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끝에 세상에 나온 이 작품은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구현해내며 팬들의 큰 기대를 충족시켰다. 사실 이 게임은 개발 발표부터 실제 출시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원작 특유의 수려한 아트 스타일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비주얼은 현세대 콘솔 게임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게임의 주된 배경은 원작의 무대와는 조금 떨어진 제가그란데 공역이라는 새로운 장소로 설정되어 있다. 덕분에 기존 모바일 게임을 전혀 모르는 유저들도 진입장벽 없이 새로운 모험에 동참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엄청난 속도로 판매고를 올리며 사이게임즈가 콘솔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원작 모바일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세계관이나 인물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다. 그래서 상세한 설정이나 배경지식이 부족해 내용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게임 초반에 주인공과 동료들의 관계 그리고 이들이 왜 하늘을 여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사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편의 메인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외전격인 위치에서 새로운 공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나 같은 신규 유저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복잡한 전조 현상 없이도 루리아나 카탈리나 같은 핵심 인물들의 역할과 유대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극에 녹아들 수 있었다. 스토리 전개는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매우 빠른 스피드로 진행되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쳐내고 핵심 사건 위주로 몰아치듯 이야기가 이어져서 몰입도가 높았다.
이 게임의 진정한 정체성이자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조작감에 있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액션 게임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 잡아보니 액션의 깊이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다양했다. 캐릭터마다 운용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타이밍에 맞춰 콤보를 넣어야 하는 캐릭터나 강력한 한 방을 위해 게이지를 모아야 하는 캐릭터 등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특히 파티 플레이를 통해 네 명의 캐릭터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연계 공격인 링크 어택이나 필살기인 오의를 쏟아붓는 과정은 시각적인 쾌감과 손맛을 동시에 선사했다. 거대 성정수와의 전투에서 패턴을 파악하고 부위 파괴를 노리며 효율적인 딜링 타임을 잡아나가는 과정은 헌팅 액션 장르의 재미까지 담고 있었다.
파티 플레이와 다양한 캐릭터가 제공하는 다채로운 패턴 덕분에 파고들기 요소도 엄청났다. 각 캐릭터의 장비를 맞추고 한계 돌파를 하며 최강의 세팅을 찾아가는 과정은 수집형 RPG와 액션 RPG의 장점을 잘 버무려놓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게임 시스템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현재는 출시된 지 시간이 꽤 흐른 탓인지 온라인 유저를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었다. 멀티플레이가 이 게임의 꽃이라고 들었는데 매칭이 잡히지 않아 결국 대부분의 콘텐츠를 AI 동료들과 함께 수행해야 했다. 물론 AI의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서 게임 진행 자체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다른 유저들과 합을 맞추며 느낄 수 있는 실시간 협동의 재미를 누리지 못한 점은 비인기 게임을 뒤늦게 접한 유저로서 느끼는 비애였다.
또한 사후 지원이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게임이 가진 잠재력이나 캐릭터들의 매력을 고려하면 추가 시나리오나 새로운 캐릭터 업데이트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현재로서는 이 멋진 시스템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파고들 수 있는 요소는 많지만 그 목표가 되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부족하다는 점이 뒤늦게 게임에 빠진 입장에선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액션 게임으로서의 본질적인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하는 작품이다. 비록 북적이는 온라인 환경은 아니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하늘 세계를 누비며 화려한 연출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액션의 완성도 높은 손맛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한 번쯤 히로인과 함께 푸른 하늘로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