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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an 15. 2024

감사로 바꾼다.

생각을 바꾼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 이제야 그것이 내 것이 되었다. 모든 것을 감사로 바꾼다.


나는 몸이 약하다. 딱히 큰 병은 없지만 그냥 타고나기를 약하게 타고났다. 몸도 왜소하고, 피부도 얇다.  모든 외부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당연히 저질체력이다. 거기에 특이체질이라 약도 함부로 먹지 못한다.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을 수가 없다. 그 약이 몸을 더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마시는 유자차, 모과차의 약성에도 어지러워서 물을 더 타서 마셔야 한다.


즐겁고 재미있어야 할 일도 힘이 드는 삶을 살아왔다. 남들은 재밌게 노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공기가 탁해도 힘들고, 빛이 강해도 힘들고, 조금만 추워도, 더워도 힘든다. 나 혼자 조용히 힘든 거 숨기며 앉아 있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얼굴이 하얘지고, 식은땀을 흘리고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 언젠가부터 조금 힘들 것 같은 모임은 가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정규직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을 다니지 못했다. 프리랜서로 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버티며 살아왔다. 따라주지 않는 몸을 이끌다시피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다.

'내 몸이 짐이야' 내 입에서 늘 오는 말이었다. 내 몸을 감당하며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였다. 그 몸이 있기에 내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살아생전 한 번은 건강하게 살아 보고 싶었다. 인생 2막의 버킷리스트에 건강하게 살아보기를 넣었다. 타고난 건강함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다.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는다. 몸에 안 좋다는 것은 안 하려 노력한다. 나름 식단관리도 해 보려고 한다. 원하는 만큼 건강이라는 놈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만 건강하게 태어났더라면!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영화에서처럼 몸을 바꾸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의 기저귀를 갈다 허리를 다쳤다. 거의 2주간을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별문제 없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는 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 몸이 있었기에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짐이라 했던 그 몸이 있었기에 나에게 삶이라는 것이 있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온전치 않아 치료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복도 많다. 허리가 아프다고 많이들 도와주는 덕분이다. 일을 하며 허리가 아프다. 그래도 감사하다. 아파도 내 몸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마음대로 화장실을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고개 숙여 세수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상체를 굽히지 못해 양치를 하며 옷에 흘리던 지저분함을 더 이상 하지 않음에 감사하다. 이제는 밥도 앉아서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허리가 아파서 의자에 앉을 수도 없었다. 열흘을 넘도록 서서 얼쩡거리며 밥을 먹었다. 다시 운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운전해서 교회 가서 예배를 드릴 수도 있다.


딸아이가 요즘 행복하냐고 묻는다. 행복하다 했다. 자기가 보기에는 너무 힘들어 보인단다. 몸은 힘들어도 이 몸이 있어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있어 행복하다 했다. 딸아이가 취미로 하는 요리를 자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연약한 몸이지만 살아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부실하기는 해도 두 눈 멀쩡하다. 보고 싶은 사람들, 꽃들, 책도 볼 수 있다. 예전만 못해도 영어책도 읽으며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다. 유리몸이지만 이 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야 내 몸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을 감사로 생각을 바꾼다. 내 삶이 이렇게 축복이 가득했음에 감사하다. 더 늦지 않고 감사가 내 것이 되었으니 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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