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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an 30. 2024

영어원서로 가장 읽고 싶은 책 - 그리스인 조르바  2

내 인생 2막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나는 영어를 못한다. 그래도 두 아이를 엄마표 영어로 키웠다. 두 아이 다 우리말과 간극이 없는 영어를 한다. 두 아이 다 하는 말이 있다. 원서를 읽는 맛이 있다고! 무슨 맛?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죽었다 깨도 모를 맛이다.  나는 절대 느껴보지 못할 맛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가 영어 원서의 맛을 볼 기회가 왔다. 희랍어 원전은 아니다. 영어로 번역된 글이다. 그래도 우리말로 번역되기 이전의 맛을 볼 수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 내가 영어 원서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제 진정한 조르바를 만나야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영어 원서로 읽어야 했다.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방법을 나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영어동화책이다. 우리 아이들이 거의 바이링구얼에 가까운 영어를 하는 이유는 영어동화책이다.


아기 때부터 영어동화책을  들려주고 읽어 줬다. 물론 절대 해석은 하지  않았다.  영어를 우리말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말 책 읽듯 읽었다. 자라면서 수준을 올려갔다.   그 과정을 통해 영어적  감성이 같이 자랐다. 둘째는 오빠 덕분에 영어를 들은 양이 훨씬 많다. 원어민에 가까운 직관적인 영어를 한다.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다.


조르바를 가슴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영어적 감성과 직관이 필요하다. 그 작업을 위해 한 두줄 정도의 영어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금씩 단어의 수를 늘려갔다. 두 아이를 키운 경험으로 질보다 양임을 안다. 수시로 도서관에 가서 scholastic,  oxford reading tree 같은 시리즈 동화책을 쌓아 놓고  읽었다. 낱권으로 된 책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성인이 단시간에 영어 감각을 쌓는 기초로는 시리즈가 더 좋은 것 같다.


1년 이상을 아이들 영어동화책을 읽었다. 조금 수준을 높여 보기로 한 것이 또 1년 전이다. MAGIC HOUSE TREE,   THE  SCERETS of DROON를 읽었다. 중간중간 넘어서기 힘든 구간도 많았다. 무언가 계속할 트랩이 필요했다.

7개월 전에 온라인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매일 1시간 독서를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남들은 그래도 있어 보이는 책을 읽고 사진을 올린다. 그 긴 시간을 꿋꿋이 애들 보는 영어동화책  사진을 올리고 있는 내가 존경스럽다.


매일 1시간 독서인증이 신의 한 수였다. 도트타이머를 깔아놓고  어떻게든 1시간을 채운다. 요양원 일을 하면서는  시간 채우기가 더 힘든다. 여기저기 손 닿는 곳마다 영어책을 놓아두고 읽는다. 1시간 인증을 위해서다. 매달 돈을 낸다.  열심히 사진 인증한다. 한 주에  한번 쓰는 독서후기도 열심히 쓴다. 결국 낸 돈 다 돌려받고 있다. 우리 카페장님께는 죄송하다.


꾸준히 영어동화책을 읽고 있다. 지난 9월쯤부터는  성경도 되도록이면 영어로 읽는다. 4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 -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복음서다)는 내용을 알아서 읽을 만하다.  차에는 A  Little  History of  The  World를 놓고 틈나는 대로 읽는다. 문장과 단어는 어렵다. 역사를 좋아해서 관련 책을 많이 읽어 둔 것이 도움이 된다.


지금은 OZ collection을 읽고 있다.  OZ collection을 읽으며  드디어 영어라는 이유로 책 읽기가 막막하던 느낌을 벗었다. OZ collection이 재밌다. 딸아이에게 OZ collection이 재밌다고 했다. 딸아이는 OZ collection이 내용은 재밌어도 쉬운 문장이 아니라고 한다. 그걸 재밌다고 할 정도면 원서의 맛을 알기 시작한 거란다. 이리 좋을 수가!


 헤밍웨이의 THE SUN ALSO RISES를 읽어 봤다.  예전의 하얀 건 종이, 까만 건 영단어는 분명 아니다.  첫 몇 페이지  읽고 덮었다.  권투 하다 코 깨진 남자 얘기가 재미가 없다. 한글로 읽을 때는 잘 읽었다. 아직 책이 주는 재미에 빠질 만큼 영어가  안된다는 얘기다. 다시 OZ collection으로 돌아왔다.


나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날 날이 보인다.  처음 3년을 잡았었다. 중간에 슬럼프가 왔었다. 때려치우자! 한동안

영어동화책 읽기를 접은 때도 있었다. 조금 더 길게 잡자 했었다. 5년, 10년 걸리겠다 했다. 나중에는 죽기 전까지는 할 수 있겠지였다. 그러다 영 못하고 죽을 날 되겠구나 싶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보면서다.


지난 2년간 기초 작업을 해 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 긴 스토리들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래도 짪은 문장을 계속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 영어 동화책을 아직도 틈틈이  읽는 이유다. 이제 2~3 년 정도 더 노력하면 나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역시 꾸준함이 진리다.

꾸준함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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