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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an 26. 2024

영어원서로  가장 읽고 싶은 책  - 그리스인 조르바

내 인생 2막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죽을 것 같이 의미 없는 시간을 지났다.  시어머니가 나를 받아들이기를 소망했다.  아들을 뺏어간 년이 아니라  자식으로  말이다. 시어머니만 마음을 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엄청난 착각 속에 평생을 살았다.  시어머니는 마지막 의식까지도 나를 거부했다.


 다시 내 삶을 추슬렀다. 무엇으로 새 삶을 시작할지 고민했다  그때 나에게 온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다.

고등학교 때 처음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동맥이 항상 펄떡거리는  조르바의 삶이 좋았다.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조르바는 내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느라 내 삶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결혼은 내 모든 결심이 무너져 내린 곳이었다.


해마다 한 번씩은 읽던 조르바다. 어느 순간 그 연례행사를 멈췄다. 더 이상은 나를 볼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를 잊어야만 했다. 그렇게 내 삶은 조르바와 이별을 고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조르바에게 미안했다. 당신이 가르쳐 준 삶을 잃었다고 실망할 것 같았다.  주어진 삶에 충성했던 조르바다. 어쩌면  주어진 삶에 충성하는 나에게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는  자위도 했었다. 비록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을지라도.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40년 가까이 끼고 있던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모든 책을 버렸다. 아니 책장 하나 가득했던 지난 삶을 버렸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달라지고 싶었다. 달라져야 했다. 조르바는 잊었다.

 그 긴 삶의 여정을 함께 해 주셨던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나에게 조르바를 다시 보내 주셨다.


조르바를 잊고 산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조르바 얘기를 많이 했었나 보다. 어느 날 아들 녀석이 선물을 보냈다고 전화를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희랍어 원전을 번역한 책이 새로 나와서 주문했다고. 뜬금없이 왜 다시 조르바인지?

엄마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해서라 했다.


잊었던 조르바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평생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가 아니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조르바가 아닌 낯선 남자였다. 조르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목표가 생겼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영어 원서로 읽기였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영어 원서로 고전 읽기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버킷리스트를 정했다.


내가 읽었던 번역본은 고 안정효 번역가님의 번역이다.

나는 안정효 님의 번역을 좋아했다. 글에서 넘치는 생동감이 좋아서다. 일부러 안정효 님의  모든 번역본을 찾아 읽었을 정도다. 당연히 안정효 님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살아서 펄떡거린다. 그 펄떡거림이 내 가슴에  있다.


그런데  한국 외국어 대학교 명예교수님인 유재원 교수님의 번역은 너무나 느낌이 달랐다. 그리스인 조르바에게서 느껴지는 자유함이 결이 달랐다.  안정효 님의 조르바는 춤추는 자유다. 유재원 교수님의 조르바는 산책하는 자유였다. 처음 조르바를 유재원 교수님의 조르바로 만났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효 님의 조르바처럼 내 삶을 관통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의문스러웠다.


안정효 님은 희랍어를 영어로 번역해 놓은 번역본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반면 유재원 교수님은 희랍어 원전을 번역했다.  다른 언어가 주는 차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두 분의  성향이 다르다. 표현이 다를 수 있다. 번역이라는 것이 결국 번역가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음을 확실하게 느낀 것이다.  도대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어떤 자유일까?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얘기하고 싶었던 조르바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이제 와서 희랍어를 배워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원전을 읽을 수는 없다. 그나마 해 볼만한 것은 영어였다. 그렇게 그리스인 조르바를 영어 원서로 읽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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