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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Apr 05. 2024

세 시간에 다 읽을 수 있어요.

나의  인생 2막의 비전은 이미 시작 되었다.

이거 세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어요.

뻥치지 마! 500페이지가 넘는데 어떻게 세 시간에 다 읽어.

읽을 수 있어요. 쉬워요.

그래! 그럼 세 시간에 다 읽으면 내가 만원 준다.

진짜죠! 시작해요.  시간 재세요.


릭 리오르단의 GREEK  HEROES를 세 시간 안에 읽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시간을 재라고 하더니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한다.

나는 옆에서 역시 릭 리오르단의 GREEK  GODS를 읽기 시작했다.

배틀 하자는 뜻은 아니었다.

온라인 독서모임의 매일 1시간 인증을 위해서다.

이 녀석은 배틀로 받아들였다.

나랑 놀잔다!


우리 교회 목사님 첫째 아들 녀석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영어 동화책으로 영어를 가르친 녀석이다.

벌써 5년째다.

이 녀석의 영어 선생님이 된 햇수다.


우리 아이들을 엄마표 영어로 키우는 것을 지켜본 목사님 사모님의 부탁이었다.

학원 다니며 문법 위주의 영어를 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리말처럼 영어를 받아들이기를 원했었다.

나 역시 아이들이 학원에 얽매여 영어공부 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마음이 맞아 목사님 아들들의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


2주에 한 번 영어동화책을 빌려다 주었다.

조금씩 단어 개수를 늘려가며 책을 조절해 주었다.

가끔 필사도 시키고, 중학 문법책인 3800제 정도를

공부하도록 가이드를 해 주는 정도였다.


역시 아이들이라 내가 원하는 만큼 열심히 읽지는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게 했다.

 자막을 뺀 미드나 영화도 보라 했다.

보다가 자막을 넣었다고 서로 고자질을 하는 바람에 미드 보기는 취소했다.


첫째는 중3  정도 되었을 때 영어책을 읽는 아이가 자기하고 한 아이 밖에 없다고 뿌듯해했었다.

그래도 계속 읽어야 한다고 닦달을 했다.

자기 생각에 영어책을 읽으니까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영어책 읽기가 흐지부지 되면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1을 지나며 영어가 아직 안된 것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지난겨울 방학에 특급 처방을 내렸다.

뭐가 됐든 하루 3시간 이상 영어를 하기.

매일 도서관 가서 영어동화책을 1~2시간 읽기.

자진해서 시간과 책 사진을 인증하겠다고 했다.

원래 영어책을 읽던 녀석이라 빨리 감각을 회복했다.

영어동화책  문장 속에 문법이 다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고 흥분을 했다.


그래도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세 시간에 읽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나도 영어 원서를 읽고 있다.

영어 원서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이틀을 야근을 한 주일 오후였다.

영어책을 읽으면서도 졸려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도저히 못 견뎌서 잠시 눈을 붙이려고 책을 내려놨다.


30분에 80페이지 읽었어요

뭐라고?

30분에 80페이지 읽었다고요.

난 11페이지 읽었는데!

밤에 계속 못 주무셔서 그렇죠.  괜찮아요.

이 말뜻은 자기가 이겼다는 뜻이다.

님아! 나 너랑 배틀한 거 아니라고.


30분에 80 페이지면 세 시간에 그 책을 다 읽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만큼 영어책 읽기가 된다는 뜻이었다.

너무 좋아서 졸음이 다 달아나 버렸다.

만원 아니라 10 만원이라도 아깝지 않았다.


처음 나와 영어를 시작할 때가 6학년 때다.

영어를 조금 했었다는데 알파벳 정도였다.

기본 단어조차 알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5년 만에 500페이지 원서를 세 시간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듯함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부담 없이 즐겁게 영어를 하게 한 열매를 보는 즐거움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녀석도 이제야 그 후회가 몰려온단다.

하라고 할 때 더 열심히 했으면 지금 영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

내 인생 2막의 비전이다.

처음 아이들과 영어 공부를 시작한 5 년 전은 인생 2막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인생 2막의 비전을 실천하고 있었다.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이다.

물론 입시를 치러야 하니 단어도 시키고, 문법도 시킨다.

그래도 기본은 영어동화책이다.

웬만한 아이들보다는 영어 공부 자체를 힘들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만하면 내 인생 2막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만원을 줬냐고?

그 자리에서 책을 끝까지 안 읽어서 못줬다.

정말 주고 싶었다.

내가 못 견디고 잠이 들어버려서란다.

경쟁자가 자버리니 재미가 떨어진 건 이해한다.

옆에서 이 녀석도 잠이 들어 버렸다.

나중에 결국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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