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바닥이 쎄!
절대 무르게 보이면 안 돼!
강하게 해야 돼!
싸워야 될 때는 피 터지게 싸워야 돼!
그동안 나를 도와주었던 팀장이 사표를 냈다.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그만둘 생각이었던 것을 안다.
우리 요양원은 주주야야휴휴 근무제다.
퐁당당이라고 하는 24시간 근무, 이틀을 쉬는 시스템도 있다.
팀장은 자기 시간을 가지기 위해 퐁당당 근무를 하고 싶어 했다.
옮겨갈 곳을 찾던 중에 나를 떠안았다.
내가 들어오는 바람에 8개월을 더 있었다.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나 때문에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도 넘긴 것을 안다.
내가 붙잡을 수 없는 이유다.
팀장이 그만둔다고 하니 주변에서 난리다.
모두 나를 걱정하는 분들의 마음이다.
여려터진 내가 걱정스러운 거다.
틈만 나면 나를 정신 무장 시키느라 다들 애를 쓴다.
'박 선생 저거 어떡해'가 그분들의 기본 멘트다.
그만큼 팀장이 나를 감싸주고 있었던 거다.
팀장 앞에서 내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나를 두고 가는 것이 발이 무거운 사람이다.
굳이 내가 힘들다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다.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요양사들 사이에 일종의 권력 다툼이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모두 다 자기만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다른 팀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면 무조건 그 팀의 룰을 따른다.
하지만 어디서건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보통의 경우처럼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막무가내인 사람이 이긴다.
이 바닥이 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팀장이 그만두면 내가 팀장이 되어야 한다.
함께 하시던 분이 지난달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이제 팀장이 가면 내가 선임이 된다.
내가 제일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천성이 무른 사람이다.
리더십이라고는 나노 단위도 없다.
팀장으로서 제대로 리드를 해야 한다.
자칫 팀원들에게 휘둘리면 일이 진행이 안된다.
분위기만 나빠지고, 그 피해는 어르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넌 쌈닭이 되어야 해!
그분들의 걱정 어린 말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린다.
어떻게 하든 갈등을 피하는 삶을 살아왔던 나에게는 힘든 일이다.
피하고 싶다.
그런데 내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피할 수도 없다.
두렵고 도망가고 싶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갈 곳이 없다.
다시 집 안에 갇혀서 맴맴 돌아야 한다.
어르신들과 함께 지내는 즐거운 시간도 끝이다.
나의 인생 2막의 비전도 끝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고 싶은 비전이다.
돈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인생 쫑난 기분이다.
다시 생각을 바꾸어 본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이 시간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내 삶은 바뀌지 않을 것을 안다.
이 시간들을 통해서 주님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어 하시는지 생각해 본다.
이미 참는 것은 할 만큼 했다.
모든 일에 피하려고만 하는 모자람을 바꾸고 싶어 하시는가 한다.
그저 도망만 치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벗어나기를 원하시나 싶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내가 이 시간을 견뎌낸다면?
아마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를 만날 것이라는 것은 안다.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주님이시다.
내 속에 주님께서 담아 놓으신 어떤 모습이 있나 보다.
내가 아는 나보다 더 강한 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주님은 내가 그 모습을 찾아가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알 수 없다.
많이 고민하고, 많이 두려워했다.
이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내기로 했다.
이 시간들을 감당한 후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아마도 견디지 못한다면?
다시 상처로 부서진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부딪쳐 보기로 했다.
이제 도망가는 것도 그만하기로 했으니까!
태생이 쌈닭은 아니다.
쌈닭 흉내 내다 가랑이가 찢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해 보기는 한 거다.
훗날 죽음의 자리에서 해 보지도 못한 것을 후회는 안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