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못한다고 구박해서 미안해!
상대방의 자리에 있어봐야 안다.
엄마! 정말 미안해!
뭐가?
내가 엄마 컴퓨터 가르쳐줘도 못 알아듣는다고 구박한 거.
갑자기 왜?
난 잘못하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정말 몰랐어.
앞으로는 절대 구박 안 할게.
자세하게 설명도 잘할게.
어찌어찌 취업을 한 딸아이의 고해성사다.
회사에서 맥북을 업무용으로 보냈단다.
윈도만 써 봐서 애플은 처음이다.
같은 노트북이니 별 거 있겠어 했다는데..
아니었다.
하다못해 뒤로 가기 조차 찾아 헤매야 한단다.
매뉴얼이 없냐고 했더니 그런 것도 없다고 한다.
딸아이는 번역 일을 주로 해왔다.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다고 지원한 일이다.
처음 해 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거기에 맥북까지 낯설어서 첫날 근무가 정말 힘들었나 보다.
사용법을 찾아가며 일을 하느라 지쳐버렸다.
첫날 일을 끝내고는 한 첫마디가
엄마. 미안해였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어.
엄마한테 컴퓨터가 낯설어서 힘든 걸 생각도 못했어.
내가 해 보니까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컴퓨터와 함께 자란 세대다.
그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세대에는 너무나도 낯선 물건이다.
그래도 오빠와 남동생이 이과계열이라 컴퓨터 구경은 일찍 했다. 실제로 컴퓨터를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나에게 컴퓨터는 벽이다.
가르쳐줘도 접수가 잘 안 된다.
아날로그의 선봉장으로 살아왔기 때문일 거다.
세상의 변화에 눈 감은 대가다.
딸아이는 그래도 물어볼 때마다 잘 가르쳐 준다.
문제는 가르쳐 줘도 잘 못 알아듣는다
나의 뇌는 아날로그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
가끔은 내 머리에 뭔 일이 있는지 알아먹을 때도 있다.
문제는 돌아서기도 전에 빛의 속도로 순삭 된다.
같은 소리 반복해서 하자니 딸아이도 속이 터진다.
가끔 짜증도 내기는 했었다.
자기가 그런 상황을 당했다.
엄마를 구박했던 게 마음에 걸렸던 거다.
아마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이 엄마가 컴퓨터라는 물건 때문에 마음 졸이는 걸 영원히 몰랐을 거다.
친정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일은 거의 없다는 말씀이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배려라는 가르침이었다.
치매시어머니를 모시며 모든 대인관계가 끊어졌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삶에 서툴러졌다.
요양원에 취직하며 관계를 맺는 일을 시작했다.
다시 삶을 배우고 있다.
아직은 누구와 부딪친 일은 없다.
가끔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때가 대부분이다. 내가 한 발 물러선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원래 그런가 하고 내려놓는다.
그것도 상대방을 이해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나는 원래도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도 큰 문제없이 다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
친정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 남매를 키우시며 말씀하시던 단 하나의 가르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