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원서 읽기도 권태기가 있을까?
나의 인생 2막 버킷리스트- 영어 원서 읽기
영어 원서 읽기도 권태기가 있을까?
요즘 나의 고민이다.
원서로 고전을 읽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내 살아생전에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생각했다.
도전조차 하지 못하고 시간을 다 보냈다.
거의 10년간 치매 간병을 했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넘게 죽도록 앓았다. 긴장이 풀려서 오는 병이라 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다시 일으킨 것이 영어 원서 읽기에 도전하기다.
아들이 선물한 그리스인 조르바가 불씨였다.
희랍어 원전은 아니지만 영어 원서로 읽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이었다.
한글로 번역된 것만 읽었던 고전을 원서로 읽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이 원서를 읽는 맛을 얘기한다.
나도 그 맛을 보고 싶었다.
1년이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책을 읽었다.
영어 동화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꽤 긴 책도 읽는다.
백 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스토리는 충분히 따라간다.
가끔은 너무 재밌어서 영어책만 읽고 싶은 때도 있었다.
재밌게 읽으려고 릭 리오르단의 책들을 읽고 있다.
아이들 대상으로 쓰인 책이다.
하지만 문장과 분량은 만만치 않다.
RED PYRAMID나 39 CLUES는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읽다 잠자리에 들면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참다못해 다시 일어나 읽으며 밤을 새운 때도 있다.
예전에 책을 읽으며 밤이 가는 줄 몰랐었다.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한 달 전쯤부터 상황이 이상해졌다.
갑자기 영어책 읽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이야기는 역시 재미있다.
RED PYRAMID의 두 번째 이야기 THORN OF FIRE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겨우 넘어갈 수 있다.
같은 작가의 책을 이어서 읽으면 갈수록 쉬워진다.
사람이라 자기가 쓰는 표현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갈수록 어려워진다.
문장이 막히면 갑자기 머리가 서 버린 느낌이다.
그 느낌이 또 너무 싫다.
좋은 머리는 아니다.
그래도 그 머리조차 서는 느낌이 너무 괴롭다.
이렇게까지 나를 학대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러다 영어 원서 읽기를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
문제가 뭘까?
온통 내 머리를 휘어잡고 있는 고민이다.
뭘 하자고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나 회의도 든다.
이 나이에 영어 해서 뭘 얻겠다고!
딸아이처럼 번역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너무 하고 싶었다는 이유뿐이다.
내가 나를 학대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되는걸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다른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볼까?
아니면, 나도 돈공부를 해 볼까?
조그만 머리에 별 생각을 다 해 본다.
부부는 시간이 지나면 전우애로 산다는데..
처음에는 분명 사랑이었지만, 의리로 이어간다는 말일 거다.
그 어느 사이에 권태기가 있을 거다.
지금 내가 영어원서 읽기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나도 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했다.
사랑만으로 이어가기에는 현실은 냉정하다.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니 권태기가 온 걸 거다.
나에게 부족한 단어와 문법적인 문제가 현실일 거다.
영어원서 읽기를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
지금까지 몸부림치며 쌓아온 것이 헛일이 되는 것이 두렵다.
그 보다 더 두려운 것은 패배감이다.
해내지 못했다는 패배감은 평생 내 발목을 잡을 거다.
여기서 이 권태기를 이겨 낸다면 그 기운으로 남은 삶을 헤쳐 나갈 거다.
이 권태기를 어떻게 헤쳐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