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읽기 - 권태기를 극복했다.
인생 2막 버킷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다.
영어 원서 읽기의 권태기를 극복한 것 같다.
다시 영어 원서 읽기가 재밌어지고 있다.
지난봄.
1년 반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읽어 왔던 영어 원서 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어려우면 그냥 통과하면서 어떻게든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어 원서를 읽어 왔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목표가 있기에 매일의 노력이 즐거웠다.
어느 순간부터 영어 원서 읽기에 권태기가 왔다. 너무 힘들었다.
쉬어가야 하나, 그냥 들이밀고 버텨야 하나 고민이 쌓여갔었다.
쉬어 가자니 18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무서웠다.
그냥 들이 밀고 가자니 영어 원서에 질려 버릴까 겁이 났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봄이 지났다.
정말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긴 시간이었다.
힘들어하면서도 여전히 매일 영어 원서를 조금이라도 읽었다.
읽는 것을 생각만 해도 지치는 날도 있었다.
'그래 오늘은 통과다! '
마음먹은 날도 많았다. 영어 성경 몇 줄이라도 읽었다.
관성이었다. 안 하고 넘어가고 싶지만 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읽는 것도 아니고, 안 읽는 것도 아닌 시간을 지났다.
어찌하다 보니 다시 조금씩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5개월가량 읽고 있었던 책에 승부욕이 붙었던 것도 이유였던 것 같다.
승부욕인지, 결과가 궁금했던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릭 리오르단의 RED PYRAMID 시리즈를 읽고 있었다. 3권이 시리즈인데 1권이 거의 500페이지 수준이다.
마지막 3권째인 The Serpent's Shadow에서 권태기에 걸렸고, 또 그 책을 통해 권태기를 통과했다.
어떤 날은 겨우 서너 줄을 읽었다. 차마 놔버리지를 못하는 미련에 도서관에서 재대출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났다. 남아 있는 분량이 1/4 가량이 되자 빨리 결론을 보고 싶었다.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겠다는 승부욕도 한몫을 했던 것 같다.
한 고비를 넘었다.
그렇다고 꽃길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단어 딸리고, 문법 모자라니 자주 미로에서 헤맨다.
그냥 던져 버리고 '여기까지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다.
그래도 그놈의 정이 뭔지, 미운 정도 정이라 못 헤어진다.
정확히는 여기까지 온 본전이 아까운 거다.
영어 원서 읽기는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듯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매일 읽는 양에 얽매이지 않는다.
틈이 날 때마다 읽는다.
갈 길이 멀다.
멀고 험한 길이다.
그래도 묵묵히 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