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글쓰기 꽃이 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
일주일 후.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를
만나러 갔다.
이번에는 얼마나 써
놓으셨을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실까?
내가 들어가면 항상
중국드라마를 보시던 거실에
조그만 앉은뱅이 책상이
놓여 있었다. 물론 TV는
꺼져 있었다.
엄마는 더 이상 중국드라마로
숨지 않기로 하셨다.
책상 위에는 내가 드린
'자서전을 쓰다' 와 함께
노트 두 권이 놓여 있었다.
이건 뭐냐는 내 질문에
엄마는 수줍은 소녀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예전에 썼던 글들.
이것저것 일기도 있고,
마음 가는 것들 쓴 거야'
두꺼운 노트를 가득 메운 글들.
얼마나 쓰고 싶었을까?
그렇게 써대던 글들을
던져버린 엄마의 심정이
얼마나 무너졌었을까,
다시는 글을 못 쓸 것
같다는 두려움이 얼마나
컸었을까.
'자서전을 쓰다'의 질문에
답 하는 글들을 쓰시며,
다시 조금씩 엄마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놓으신
것들을 보여 주셨다.
일주일 내내 글만 쓰신 건지..
원래도 필체가 좋지는
않으시지만, 얼마나 쓰고
싶은 글이 많았으면..
마음은 급하고 손은 빨리
안따라주니 필체가 하늘을
나는건지, 지렁이가 기는
건지 싶을 정도로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마음에 떠오르는 글을
놓쳐버릴까, 잃어버릴까
두려워 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엄마의 글쓰기 꽃봉오리가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