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몰랐을까? 엄마의 상처를
엄마는 엄마를 잃었었다.
엄마가 쓴 주제 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문단 구분도 없고, 가끔은
귀엽게 맞춤법도 틀린 것도
있고, 앞 뒤 문맥이
두서없는 글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했다.
엄마의 글 가운데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글이 많았다.
글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사무치는 그리움이 담담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엄마를 기억하며
엄마가 가신 그 해 겨울
눈이 펑펑.
내 꿈에 엄마라고 느낀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강 건너
산모퉁이에서 훨훨 날아
우리 집 울타리 감나무 언덕,
아랫집 지붕 위에 와서
한 손에 감나무를 잡고,
손을 내민 내 손을 잡으려 했다.
긴 두건 밑으로 눈물을 느끼며
손을 잡으려고 발버둥을
치다 깨어 보니 몸이 불덩이였다.
엄마가 5살 때 다리에 크게
화상을 입으셨다고 쓰셨다.
데이면 감자 간 것, 황토,
이끼 등등
그 당시 시골에는 약이 없었다.
목포에 계시던 엄마가 약을 구해
오시던 그 언덕이 엄마의
옷자락으로 평생 나를
따라다녔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엄마가 계셨던 곳
이유가 없다.
어릴 적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나만 맞고 우니까
엄마는 꼭 안으며 맛있는
초콜릿을 입에 넣어 주시며
눈물, 콧물을 닦아 주며
웃어 주시던 그 안도감, 행복감
그 기억은 영원히 나를
행복하게 했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불쌍한 여자아이였다.
평생 가슴에 그리움과 상처를
안고 살았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 혼자
감당하고 살았을까?
내가 아프다고, 엄마가 그립다고
하소연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엄마의 삶이었다.
내 아픔과 상처가 크다고
엄마에게 투정했던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엄마에게는 삶이 버겁다고
하소연하고, 투정 부릴
엄마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