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망 Feb 26. 2024

뿌린 대로 거둔다.

불쌍한 노년의 남자들에게

우리 아버지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이스해요.  가족들 에게는요. 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알아서 해 주세요.


아들과의 통화를 마친 복지사의 표정이 난감하다. 어르신은 이것저것 요구가 많으시다. 요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일은 한계가 있다.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일도 있다. 지병이 있는 경우는 가족의 케어가 필요하다. 물론 정기검진이나 가벼운 질병은 요양원에서 감당한다. 요양원 간호사가 동행해서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셨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요양원과 항상 협조하며 부모님이 가장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찮으시다고 하면 밤이라도 달려오는 자녀가 있다. 반면 급하다고 빨리 응급실로 모셔야 하니 오시라 해도 내일 낮에 오겠다는 자녀도 있다.


이 어르신의 경우는 요양원에 들어오시고 끝이다. 아드님은 아버지의 전화도 거의 받지 않는다. 처음  들어오시고 한 두 번 가족 면회가 전부다. 요양원 측의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고 한다. 겨우 아들과 통화가 되었다. 이런저런 어르신의 요구를 얘기했더니 알아서 해 달라고 끝이란다.


사고였는지, 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워커 없이 혼자 움직이지 못하신다. 허리와 다리 통증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신다. 아들에게  혼자 지낼 수 있다고 나가게 해 달라 큰소리치신다. 어르신은 절대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낙상 위험 리스트에 들어 있다.


어르신을 억지로 운동을 시키며 조금 친해졌다.  '내가 아들이 하나 있어. 그놈이 미워 죽겠어. 날 여기다 가둬 버렸어' 어느 날 하신 말씀이다. '왜 나야? 지 엄마가 아니고'

듣기로는 부인도 암이라 한다. 아직 몸을 움직일 만은 한 것 같다. 한 번 면회를 다녀 갔다.


간병은 어차피 며느리 몫이다. 아들 입장에서는 독불장군에 성격이 무서운  아버지를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식사 시간에 칵칵 거리며 가래를 뱉으신다. 같이 식사하시던 어르신들이 질색을 한다. 이 어르신은 전혀 아랑곳없다. 당신이 불편한 것은 안 참는다. 그 어르신의 고집과 안하무인은 당할 사람이 없다.


 며느리가 돌보기에는 같은 여자인 시어머니가 그나마 나을 거다. 자식을 생각한다면 당신이 먼저 요양원으로 가겠다 했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당신을 요양원에 넣었냐고 화를 내신다. 다른 사람 생각은 안 하시는 분이다.


젊고 힘 있을 때는 괜찮았을 거다. 가족들 위에 군림하며 독불장군으로 살 수 있었을 거다. 아내를 인격적으로 대하지도 않았을 거다. 아내는 무조건 당신 뜻에 복종해야 한다 하고 살았을 거다. 자녀들에게도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미국에 있는 딸과도 전화로 크게 싸웠다. 원래 사이가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녀들에게 상처를 많이 준 아버지인 것 같다.


이제 나이 들었다. 몸도 성치 않다. 이빨 빠진 호랑이다. 정작 본인은 이빨이 다 빠진 줄 모른다. 털도 다 빠진 줄 모른다. 아내와 자녀들에게 준 상처를 모른다. 돈 벌어서 부양했으니 당연히 큰소리쳐야 한다 믿는다. 물론 한평생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만큼 가족의 상처는 깊은 것 같다.

 

며칠 전 이 어르신을 가뿐히 넘어서는 어르신이 들어오셨다.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우리 요양사들에게는 초비상인 상황이다. 당연히 요양원 측에서 보호자에게 연락을 한다. 알아서 하라고 그만이다. 잔뜩 짜증이 나서 연락하지 마라고 한다. 이건 완전 고려장이다.


어르신이 하시는 걸 보면 가족의 반응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모든 것이 당신 기준이다. 식사 시간도 마음대로다. 약도 당신이 드시고 싶은 것만 드신다. 말을 붙이지도 못하게 성질을 내신다. 서로 그 방에 안 들어가려 한다.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당신이 말년에 이런 대접을 받을  거라 생각도 못하셨을 거다.


뿌린 대로 거둔다! 이 어르신들을 보면서 배운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에 잘 뿌렸더라면 싶다. 반면 잘 뿌리며 사신 어르신들도 많다. 뿌린 대로 누리며 사신다. 이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계신다. 가족들은 더 이상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어르신들이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주어질까 싶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생각을 바꾸시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이 바뀌면 태도가 바뀐다. 어르신들이 가족의 사랑을 회복할 기회가 있었으면 빌어 본다.

 오지랖인 줄 알면서도 꿈을 꾸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