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삶에서 건져 올린 조용한 통찰
[전화번호 정리, 그리고 홀로서기]
– 필자의 삶에서 건져 올린 조용한 통찰
(글을 읽기 전, 한 곡을 먼저 들어보시겠어요?)
이른 아침, 조용한 공간에서
잠시 눈을 감고 아래의 피아노 선율을 들어보세요.
당신의 마음이 한결 고요해지고,
이 글이 조금 더 깊이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Time – Hans Zimmer
Piano by Jacob's Piano
(https://youtu.be/Oz5cwIry4j8)
한때, 제 휴대폰에는 3,000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었고, 어떤 자리에 가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 숫자만큼 사람들과 엮이고, 때론 마음도 분주하게 오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숫자가 300개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사실, 그마저도 많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더 자주,
“이 숫자도 곧 줄어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문득, 오래 전 읽었던 이야기 속 한 인물이 떠오릅니다.
조선 시대, 한때 재상으로 권세를 누리던 인물이 책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 “내가 다시 재상으로 올라가면,
예전처럼 사람들은 또 내 주위에 몰려들겠지.”
하지만 그는 끝내 재상으로 복귀하지 못했고, 세상과 점점 멀어졌습니다.
결국, 지방으로 낙향하여 글과 자연을 벗삼아
조용한 삶을 살아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마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 명성, 부에 따라 주변의 관심과 관계를 다르게 받아들이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세상의 관심이 서서히 멀어지고,
무리 속에서 하나둘 사라지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소수의 관계와,내 안의 조용한 방 하나뿐입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는
그러한 삶의 본질을 깊이 통찰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유배지에서 그린 《세한도(歲寒圖)》는
진정한 관계와 내면의 홀로서기를 그린 상징적인 그림입니다.
그림 속 소나무와 잣나무는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존재이지요.
그 상록은,
유배 기간 동안에도 변함없이 책을 보내며
스승을 향한 마음을 잊지 않았던 "제자 이응기"를 상징합니다.
세상의 명예와 힘이 사라진 자리에,
마지막까지 남는 관계는
언제나 ‘진심’이었습니다.
현대에도 그런 사람을 우리는 봅니다.
한때 기업가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홍정욱.
지금 그는, 외적인 성공보다는 내면의 평온과 예술적 가치를 좇으며 살아갑니다.
그는 말합니다.
> “진정한 성공은, 결국 내면의 고요함에서 비롯된다.”
저 역시 이제 그런 길목에 서 있습니다.
전화번호부를 열면,
예전처럼 바쁘게 연락하던 이름들이 하나둘 사라져 있습니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도,
때로는 내가 가장 의지했던 사람도
이제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삶이 공허해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인연을 정리하고 진짜 관계만 남겨두는 용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내가 예전에 농담처럼 말하던 한마디가
이제는 진심처럼 들려옵니다.
> “내가 먼저 떠나면,
당신은 혼자서 할 일이 참 많을 거야.”
그 말이,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남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은퇴를 하고,
경제적 여유가 줄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나면,
그제야 "진짜 홀로서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 조용한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수많은 인연과 숫자 뒤에서
진짜 나와 마주하고,
무언가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임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욕심 대신, 평온을 남기고 싶습니다.
수많은 연락처 대신,
몇 안 되는 진실한 이름만 곁에 두고 싶습니다.
세상의 관심이 아닌,
내면의 평화로 나를 채우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시간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무엇을 더 가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느냐?”고요.
이제 나는,
숫자가 아닌 사람을 남기려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작은 따뜻함 하나쯤 남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인생의 후반전,
결국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은 몇 개의 진심 어린 인연과 조용히 버틸 수 있는 내면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그 길 위에,
저도 조용히 서 있습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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