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와 첨가제 그리고 나

by 정 영 일

[가을비와 첨가제 그리고 나]

오늘은 업로드 날이 아님에도 한 편의 글을 올려봅니다. 이른 새벽, 가을비 와 차분함속에 글을 올립니다.

<서문>

가을비는 누구에게는 낭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쓸쓸한 회상이다.

비 오는 새벽 창가에서 문득 눈을 떴을 때, 지난날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

오늘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은 여유롭지만, 그 가을비는 여전히 나에게 같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창문 너머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결에 눈을 떴다.

한여름의 더위도 그렇게 소리 없이 흘러가더니,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내 마음도 스산하게 흘러간다.


누군가에게는 이 빗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겠지만,

나에게 가을비는 녹록지 않았던 과거의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고요한 새벽녘, 바닥을 적시는 빗방울은 분명 선명한 소리를 내지만,

그 빗줄기들은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까지는 적시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 전, 휴게소 내 주유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있었다.

살아보겠다고 기숙사에 몸을 맡기고, 하루 9시간씩 고된 일을 하던 날들.

그 중 하나가, 오늘처럼 가을비가 내리던 어느 평일 오후였다.


차량 유입이 뜸해진 주유소에는 빗방울 소리만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벌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차량 하나하나에 예의를 다해 첨가제를 권했다.


다른 주유원은 “비 오는 날엔 공치기 십상”이라며 투덜댔지만,

나는 군소리 없이 빗속에서 차량을 맞이하며 첨가제를 팔았다.

한 개를 팔면 4천 원이 내 몫이었기에, 나는 비와 전쟁을 치르듯 하루를 보냈다.


그날의 기록.

나는 10개를 팔았고, 그날의 가을비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비가 되었다.

“가을비와 첨가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지도 모르지만,

그 날의 나는,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사람처럼 그 기억을 삼켰다.


가을비 속에서의 그 고된 노동과 첨가제 판매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그건 삶을 살아보겠다는 처절하고도 묵묵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기 머금은 옷처럼, 내 몸에 배어 있던 생존의 온기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잠깐의 쉼 속에서 또다시 가을비를 맞는다.

과거의 주유소와는 다른 풍경, 다른 공기, 다른 마음.

이른 새벽, 글을 쓰기엔 더없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고단했던 그 시절은 내게 이제 글감이 되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 “가을비는 땅과 마음을 동시에 적신다.

하나는 겨울을 준비하고, 다른 하나는 침묵을 준비한다.”


이 말처럼, 요즘의 나는

가을비를 통해 침묵과 희망을 준비한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가을비는 더 이상 생존의 위협이 아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이 비는 오히려

삶의 침묵을 더욱 깊게 만들고, 내면을 돌아보게 만든다.


스며드는 비의 고요함이 오늘따라 유독 내 마음을 더 스산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제는 그 스산함마저도

내 삶의 일부로 껴안고 있는 중이다.


(작가의 말)

글은 단지 표현이 아니라, 삶의 감정이 깃든 기록이라 믿습니다.

나는 살아본 사람이고, 그 속에서 가을비를 맞았던 사람이기에 이 글을 씁니다.

가을비는 여전히 쓸쓸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다시 꺼내 봅니다.

삶은 버텨낸 만큼의 흔적이고, 그 흔적을 돌아볼 줄 아는 것 또한 삶의 깊이입니다.

누군가의 기억도 이 빗소리처럼,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라며..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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