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인생 3부작 시리즈 - 세 번째 이야기]
쯔레이는 요즘 고민이 깊어졌다.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그날은 발길을 되돌려 일찍 집에 들어왔다.
무거운 표정으로 아내를 마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회사에서 정리됐어. 나이순으로… 정리 해고됐네.”
순간, 아내의 얼굴이 굳었다. 눈물보다 먼저 나온 건 분노였다.
“아니, 여보. 이런 중요한 얘길 왜 이제야 해? 우리가 얼마나 빠듯하게 살고 있는지 알잖아.
매달 450만원씩 고정지출이 있어. 대출이자, 생활비, 딸 학비까지…
아끼고 또 아끼며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말도 없이…”
쯔레이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줘.”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나, 다시 드럼 가르치는 일 시작할게. 열심히 하면 한 달에 150만 원은 벌 수 있어.
당신은 30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 일자리 찾아봐줘. 우리, 이겨내야 하잖아.”
쯔레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모금을 들이마신 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며칠 후, 그는 친구가 운영하는 부동산을 찾았다.
“아파트 처분하고 작은 곳으로 옮길까 해.”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쯔레이, 지금 시세 안 좋아. 자네 집 14억에 샀고, 대출이 6억이지?
지금은 6억이나 빠져서 시세가 8억이야.
팔아도 수중에 남는 건 2억 정도. 그 돈으론 상하이에서 다시 집 구하긴 어려워.”
중국은 2010~2020년, 거침없는 부동산 개발 붐과 함께 대출규제 완화로 집값이 폭등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헝다그룹이 무너지고 부동산 대출은 꽁꽁 묶였다.
경제도 침체에 빠지며 아파트 시세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는 상황에, 쯔레이는 거리를 서성였다.
그러다 우연히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는 사람과 마주쳤다.
“혹시 배달 일 하면… 한 달에 얼마나 벌어요?”
배달원은 씩 웃으며 말했다.
“열심히만 하면, 300만 원 이상은 가져갈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쯔레이는 결심했다.
남은 돈과 아내에게 부탁해 중고 오토바이를 구입했고, 본격적으로 배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루 12시간, 많게는 14시간을 일해야 그 ‘300만 원’이 보인다.
오토바이 운전도 미숙하고, 배달 앱 사용도 서툴렀다.
그는 땀에 젖은 옷을 입고, 도시의 골목골목을 달렸다. 그저 묵묵히, 묵묵히.
첫 달 수입은 겨우 80만 원.
그 무렵, 아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딸… 국제학교에 합격했어요. 근데 형편도 그렇고, 포기시켜야 할 것 같아요…”
쯔레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다 다짐하듯 말했다.
“내가 더 뛰면 되잖아. 보내요. 우리 딸… 가고 싶어 했잖아.”
그리고 그는 또 달렸다.
땀이 뚝뚝 떨어지고, 손에 감각이 없어질 만큼 배달 가방을 메고, 쉬지 않고 달렸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배달에도 익숙해졌다.
배달 속도도, 평점도 좋아졌고, 마침내 한 달 수입이 300만 원에 가까워졌다.
다시 돌아온 어느 저녁,
아내는 물 한 잔을 건넸다.
“힘들었지?”
쯔레이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오늘 딸이 이런 말 했어요. ‘아빠, 요즘 너무 멋있어.’”
그 말에 아내의 눈이 붉어졌다.
쯔레이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래. 아빠니까.”
그는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한때는 모든 게 무너진 줄 알았지만,
무너져야 비로소 내가 다시 일어설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작가의 말)
역행인생은 쯔레이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이 시대 수많은 중년 가장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더디고 묵묵할 뿐입니다.
하루 12시간을 달리며 가족을 지키는 모든 ‘쯔레이’에게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역행인생 #중년의위기 #실직후기 #부동산폭락 #헝다사태
#가장의무게 #배달인생 #현실극복 #중년실업 #가족을위한희생
#중국경제 #실직극복 #자영업현실 #부모의사랑 #가족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