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말하지 않는 나이]
최근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를 만났다.
내가 이사로 있을 때, 내 아래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후배다.
이제는 어엿한 이사 직급에 부서장을 맡고 있고, 연봉도 9천만 원을 전후로 받는다고 했다.
그의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과 1학년.
아내는 공공 도서관에서 5년 임기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월급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맡기고, 본인은 한 달 용돈으로 20만 원을 쓴다고 했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되어 보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역시 임원으로 버티고 있는 지금의 자리에서
스트레스와 근심을 한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였다.
그는 올해 52살이다.
스스로 말하길, 더 버텨도 3년 정도가 한계일 것 같다고 했다.
미래를 위한 준비보다는,
지금 이 자리를 어떻게든 지켜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어쩌면 많은 중·장년 직장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55살에 은퇴를 했고,
경제적 여건이 녹록지 않아 설계사의 길을 선택했지만
그 길 또한 결코 쉽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후배나 나나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후배에게는 언젠가 찾아올 퇴직이 이미 예정되어 있음에도
‘은퇴’라는 단어가 아직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로는
우리나라 평균 퇴직 나이가 51.3세라고 한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며 버텨낼지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서 비어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경쟁력은 분명히 줄어든다.
그래서 후배에게 “인생 2막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가져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관심은 ‘어떻게 지금 자리를 버틸 것인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어쩌면 시간이 더 흐르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게 되면
그때 가서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인생의 2막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결국,
운명은 준비한 자만이 얻는 법이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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