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추운 곳을 향한 마음]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간직한 버킷리스트가 있다.
나 역시 대략 열 가지 정도의 버킷리스트를 품고 산다.
물론 그중 상당수는
아직 실행하지 못한 채 상상 속에 머물러 있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가
러시아의 야쿠츠크라는 이야기를
나는 여러 번 유튜브를 통해 접했다.
겨울이면 기온은 영하 40도를 웃돌고,
더 내려가면 영하 60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눈으로 덮인 도로,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김이 얼어붙는 공기,
두꺼운 외투가 아니라
마치 전투복처럼 중무장한 옷을 입고
무심히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춥다”고 말하는 한국의 겨울은
어쩌면 아주 가벼운 추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는 참으로 다양한 날씨가 공존한다.
1년 내내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미국의 플로리다,
매년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하는 러시아의 야쿠츠크,
그리고 사계절이 또렷한 한국.
날씨가 다르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 방식,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춥다고 불리는
야쿠츠크에서 살아본다면 어떨까 하고.
지금까지 내가 가장 멀리 다녀온 나라는
이스라엘이었다.
16시간 비행기에 몸을 실어 도착했던 사막의 도시.
5박 6일의 짧은 일정이었고,
솔직히 말해 크게 볼 것은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버킷리스트의 가장 위쪽에는
여전히 러시아 야쿠츠크가 자리하고 있다.
편도로만 60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
쉽게 갈 수 없는 나라,
그리고 ‘가장 춥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곳이다.
야쿠츠크의 겨울은
단순히 ‘춥다’라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다.
음식은 얼지 않게 밖에 두어야 하고,
차량은 시동을 끄지 못한 채 밤을 지새운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그들만의 식탁을 차리고,
웃고, 하루를 살아낸다.
나는 그곳에서
화려한 관광지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눈 덮인 거리의 적막함,
차가운 공기 속에서 마시는 뜨거운 차 한 잔,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일상적인 표정을
그저 한 번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
아마도 내가 야쿠츠크에 가고 싶은 이유는
‘여행’이라기보다는
경험에 더 가깝다.
내가 살아온 환경과 정반대의 극단적인 곳에서
과연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그 추위 앞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조용히 마주해 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크게 볼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멀고,
가장 춥고,
가장 쉽게 선택하지 않는 곳이기에
오히려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 늙기 전에,
아내의 손을 잡고
그 혹독한 겨울의 도시를
한 번쯤 함께 걸어보고 싶다.
추위에 떨면서도
“그래도 와보길 잘했다”는 말을
서로에게 건넬 수 있다면,
그 여행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추운 곳을 향한 이 마음은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온도를
한 번쯤 느껴보고 싶다는
나만의 작은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야쿠츠크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어떤 눈으로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될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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