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즐기자, 불장은 언제나 잠시 머문다.

by 정 영 일

[지금은 즐기자, 불장은 언제나 잠시 머문다]

요즘 주식시장은 뜨겁다.

스마트 머니라 불리는 고객 예탁금이 110조 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에서 빠져나온 돈들이 갈 곳을 찾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주식시장으로 몰려든다.


카페에서도, 시장에서도,

사람이 셋만 모이면 자연스레 화제는 주식이다.

지수는 어디까지 갈지,

어떤 종목이 또 날아갈지.

요즘의 공기는 분명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얼마 전,

인터넷도 익숙하지 않은 반 문명인인 아내마저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그녀의 첫 거래였다.


물론 종목은 내가 골라줬지만

수익률이 +10%를 넘기자

아내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나 수익 나면 품위유지비로 쓸래요.”


그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우리 딸.

이미 서학개미인 딸아이는

요즘 국내 시장의 불장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아빠, 뭐 사면 좋을까요?”


빙그레 웃으며

“○○ 종목을 한 번 사보렴” 하고 말했는데,

며칠 뒤

수익률은 어느새 +30%.


기뻐하는 얼굴로

“아빠, 이번 달 렌트비는 주식으로 냈어요”

라고 말하던 순간,

이젠 온 가족이

주식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느꼈다.


시간은 자연스레

6년 전으로 흘러간다.


2020년,

바이러스는 세상의 문을 닫아버렸고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했다.

패닉, 공포, 절망.

사람들은 하나둘 계좌를 닫고

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 공포가 지나간 뒤

다시 불을 뿜던 시장을.

고객 예탁금이 쌓이고 쌓여

"십만전자"라는 말이

희망처럼 떠돌던 시절을..


그리고 지금,

삼성전자는 16만 원을 넘겼고

사람들은 환호한다.

하루하루를

기대감으로 맞이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준비 없이 시장에 들어온 개인들이

지수가 좋아서 돈을 벌고 있다면,

그 수익은 과연

실력일까, 운일까.


상승장에서는

모두가 천재가 된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같은 얼굴로만

웃어주지 않는다.


요즘의 주식 문화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투자는 일상이 되었고,

계좌 개설은

대화의 시작이 되었다.


이 변화가

기회가 될지,

또 다른 반복의 시작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시장에 들어오는 것보다

시장에 남아 있는 법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진짜 실력은

언제나

모두가 들떠 있을 때가 아니라

시장이 조용해졌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는 것.


그래도 지금은,

조금은 즐기고 싶다.

언젠가 폭락은 다시 오겠지만

오늘의 이 불장만큼은

가족의 웃음과 함께

잠시 누리고 싶다.


- 우풍 정영일 드림


#불장

#주식에세이

#투자의기록

#상승장

#주식문화

#개인투자자

#시장과사람

#가족이야기

#주식일상

#버티는투자

#지금은즐기자

작가의 이전글생각이 하루를 여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