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빛 아래, 도파민과 추억 사이에서]
한때 나는 잘 나가던 시절의 40대를 살았다. 그래서 그 시절이 그립다.
강원랜드는 그 시절, 바람을 쐬러 가는 곳이었다.
처음엔 정말 그랬다.
친구 둘과 함께였다.
도박을 좋아하던 친구들, 그리고 나.
누군가 한 명이라도 따는 날이면 우리는 태백으로 넘어갔다.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
기분이 더 좋으면 강원랜드 내 골프 약속을 잡았다.
돈은 숫자였고, 그 숫자는 즐거움의 핑계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도박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가끔’으로, ‘잠깐’으로, 그리고 ‘괜찮은 기분’으로..
몇 년이 흐르자 강원랜드는 하루 일정이 아니라
휴가를 내고 며칠을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밤과 낮의 경계는 흐려졌고,
화려한 불빛 속에서 도파민은 나를 끈질기게 붙잡았다.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사』에서 이렇게 말한 듯하다.
도박은 돈을 따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다.
돈을 따는 순간보다,
패를 까기 직전의 심장 박동이 더 강렬했으니까.
한 번 따고, 두 번 잃고.
웃다가, 침묵하고.
사람은 그렇게 조금씩 피폐해진다.
생활은 병들고, 생각은 단순해진다.
다음 판만, 이번 한 번만.
사람들은 말한다.
담배를 끊는 건 참는 거지, 진짜 끊는 게 아니라고.
도박도 그렇다.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어딘가에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
결국 꽤 많은 돈을 잃고 나서야 후회라는 단어가 현실이 되었다.
횟수는 줄었지만,
강원랜드로 향하는 길에 오를 때면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여행인지, 도피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창 밖 풍경과 함께 흘러갔다.
지금은 그곳을 찾지 않은 지 벌써 7년쯤 되었다.
대신 온라인 한게임으로,
아주 소소한 대리만족을 한다.
이기든 지든, 예전처럼 삶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은 생각난다.
그 화려한 불빛,
패를 까며 울고 웃던 얼굴들, 승패보다 진했던 감정의 소음들...
강원랜드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였다.
자랑도 아니고, 완전히 지우고 싶은 과거도 아니다.
다만, 도파민이 얼마나 달콤하고
얼마나 위험한지 몸으로 배웠던 시절이다.
지금의 나는 안다.
그곳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떠올리고 싶은 것임을..
- 우풍 정영일 드림
#강원랜드의기억
#도박과도파민
#중년의고백
#지나간시절
#화려한불빛뒤에
#인생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