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수많은 인연, 그러나 남은 몇 사람

by 정 영 일

[스쳐간 수많은 인연, 그러나 남은 몇 사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후회는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온 힘을 다해 발을 디뎠다. 넘어질 때도 있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만하면, 나는 나 자신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사람은 평생 약 20만 명을 스치듯 만난다고 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거래처에서, 식당에서, 여행지에서. 이름도 모른 채 지나간 얼굴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많은 사람들 중 기억에 또렷이 남는 이는 몇 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 속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 몇 사람이 있을 뿐이다.


3년 전, 청평 백암천에서 만난 안내데스크의 한 중년 여성도 그런 사람이다.

짧은 기간 대화였지만,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영일 씨는 꾸준히 글을 쓰면 감성이 뛰어나고 재주가 있어 작가의 길로 성공하겠어요.”


그 말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날 이후 나는 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사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설계사의 길로 들어서게 한 두 벗도 마찬가지다.

두 벗이 삼고초려 끝에 나를 석득해 시험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분주히 현장을 뛰고 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식 투자도 어느덧 15년 차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단 한 분이 깊이 남아 있다. 우연히 마주친 내공 깊은 스승님. 그분에게서 나는 기법이 아니라 멘탈을 배웠고, 수익이 아니라 안목을 배웠다. 시장을 대하는 자세,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분을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이처럼 살아보니 대부분의 인연은 스쳐 간다.

그러나 어떤 인연은 골이 깊다.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지지 않고,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 놓는다. 나는 그런 인연들을 떠올릴 때마다 고맙고, 또 그립다..


동양 철학에서는 이를 ‘연(緣)’이라 했다.

불교에서는 모든 만남을 우연이 아닌 인연(因緣)이라 설명한다. 원인과 조건이 맞닿아야 하나의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과 조건이 겹쳐 만난다는 뜻이다.


또한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 관계를 ‘나-그것’이 아닌 ‘나-너’의 만남으로 설명했다.

스쳐 지나가는 관계는 ‘나-그것’이지만, 마음을 울리는 깊은 관계는 ‘나-너’가 된다고 했다. 진정한 만남은 서로를 수단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볼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인연이란 무엇일?


내가 내린 정의는 이렇다.

인연이란, 짧은 시간일지라도 내 삶의 방향을 미세하게 바꾸어 놓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감사함으로 남는 관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을지라도 괜찮다.

내 삶을 스쳐 간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중 깊이 남은 몇 사람 덕분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감사한다.

스쳐 간 인연에게도, 깊게 남은 인연에게도.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누군가의 인연이 되어

그의 삶 한 귀퉁이에 따뜻하게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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