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비를 넘기며

by 정 영 일

[삶의 고비를 건너며]

세상 밖으로 밀려나오듯 태어남은

울음으로 시작되었으나

그 울음은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세상과 처음 맞닿은 숨,

작고 여린 존재가 삶을 껴안는 가장 뜨거운 인사였습니다.


눈부시던 젊은 날,

세상은 끝없이 펼쳐진 들판 같았고

희망은 바람처럼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환한 빛의 뒤편에서도

화무십일홍처럼

보이지 않는 굴곡은

조용히 제 키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순을 바라볼 즈음,

세월은 어느덧 등을 두드리며

병과 쇠약함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노크합니다.

몸은 낮고 깊은 음성으로 속삭입니다.

우리는 흙 위에 잠시 기대 선 존재,

바람 한 줄기에도 흔들리는

연약한 가지임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순간,

가슴 한편이 무너져 내려도

눈물은 강이 되어 흐를 뿐

강물은 끝내 제 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아픔마저 품는 법을 배우고,

상실 속에서도 다시 살아가는

마음의 힘을 익혀갑니다.


늙어감은 빛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바깥의 빛을 거두어

마음 깊은 곳에 등불 하나 밝히는 일.

주름은 패배의 흔적이 아니라

수많은 고비를 건너온

시간의 지도입니다.


삶의 고비인 생로병사,

그 네 글자는 닫히는 문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지나온 나를 고요히 세우고

다가올 나를 담담히 바라보게 하는

투명한 성찰의 빛입니다.


고비 앞에 선 나는

이제 묻지 않습니다.

왜 하필 나인가를..


바람이 불면 몸을 낮추고

비가 내리면 잠시 젖어 있을 뿐.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산의 높이를 원망하기보다

내 걸음의 온도를 살피고 도전합니다.


삶은 거센 파도이되

나는 그 위에 띄운 작은 배.

부서질 듯 흔들리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법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배워갑니다.


언젠가 마지막 고비가 찾아온다 해도

나는 알 것입니다.

그 또한 긴 여정의 한 굽이,

자연스러운 물결임을..


초연함이란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이 아니라

눈물과 기쁨, 상실과 희망을 모두 안고도

다시 숨을 고르는 힘.


삶의 모든 굴곡을 지나

여전히 따뜻하게 뛰고 있는

담담한 심장 하나를

끝까지 지켜내는 일임을..


- 우풍 정영일 드림


#삶의고비 #생로병사 #인생의여정 #초연한삶 #시간의흔적 #마음의등불 #담담한용기 #인생성찰 #서정시 #우풍정영일

작가의 이전글이른 아침에 동지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