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후 토트넘 위기]
손흥민이 떠난 뒤, 매주 EPL을 향한 애정이 조금씩 옅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리그 전체가 아니라, 그저 토트넘 홋스퍼 FC 경기 결과만 확인할 뿐이다. 관심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깝다.
한때 우리는 그의 질주를 보며 환호했다.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던 밤,
북런던 더비에서 상대를 무너뜨리던 순간,
그는 단순한 공격수가 아니라 팀의 자존심이었다.
오늘 새벽, 토트넘은 아스널 FC에게 3-1로 패했다.
10경기 4무 6패.
20개 팀 중 17위권. 강등을 걱정해야 할 경기력이다.
10년을 헌신한 손흥민.
그러나 레전드에 걸맞은 예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의 상징과도 같았던 7번은 곧바로 하비 시몬스에게 넘어갔다.
번호는 상징이고, 상징은 역사다.
그 역사가 너무도 빨리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최근에는 메인 스폰서였던 AIA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구단의 상징과 재정의 버팀목이 흔들린다는 건 단순한 계약 종료 이상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토트넘이 무너지는 몇 가지 이유?
첫째, 리더십의 공백.
손흥민은 단순한 득점원이 아니었다.
그는 경기의 온도를 바꾸는 선수였고, 침체된 분위기를 깨우는 존재였다.
지금의 토트넘에는 그 ‘분위기를 뒤집는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 전술의 단순함.
상대는 이미 읽고 있는데,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측면 전개와 단조로운 빌드업.
압박이 들어오면 탈출구가 없다.
전술은 준비되어 있었지만, 응용은 없었다.
셋째, 정체성 없는 영입.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팀 색깔과 맞는 선수였는지는 의문이다.
‘손흥민 이상의 자원’이라는 수식어는 있었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는 에너지와 상징성은 대체되지 않았다.
넷째, 끊이지 않는 부상과 불안정한 조직력.
라인은 자주 무너지고,
선수들은 서로를 바라보기보다 각자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축구는 개인 능력의 합이 아니라 조직의 조화인데,
지금의 토트넘은 그 균형이 깨져 있다.
최근 감독 경질 소식까지 이어졌다.
높은 연봉과 기대 속에 선임되었지만 결국 드러난 것은 두 가지였다.
단순한 전술, 그리고 선수단 장악 실패.
결국 축구는 사람의 스포츠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상대를 압도할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다.
그 기본이 흔들렸다면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상자가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임시 감독 체제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과연 1부 리그 생존이 가능할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게 된다.
만약 2부로 떨어진다면 재정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길이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손흥민이 몸담았던 그 팀이 연전연패를 거듭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아프다.
어쩌면 내가 사랑했던 건 ‘토트넘’이라는 구단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빛나던 손흥민의 시간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축구는 돌고 돈다.
무너진 팀도 다시 일어서는 날이 온다.
다만 지금은, 그 화려했던 날들이 너무 선명해 더 쓸쓸할 뿐이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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