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두 번째 문 앞에서

- 필자의 시 한편

by 정 영 일

[퇴직, 두 번째 문 앞에서]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떠난다.


계절도,

젊음도,

그리고

직함도.


아침마다 나를 깨우던

알람 소리는 멈췄지만

가슴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출근 준비를 하는 내가 서 있다.


명함에서 지워진 이름 옆 자리,

그 빈칸이

생각보다 오래 아프다.


수십 년을

누군가의 부장으로,

누군가의 선배로,

누군가의 가장으로 살았는데

오늘부터는

‘직함 없는 나’로 서 있어야 한다.


퇴직은

박수 속에서 시작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괜히 옷장을 열어

정장 소매를 만져보고

괜히 서랍을 열어

낡은 사원증을 꺼내본다.


나는 정말 끝난 것일까.

아니다.


끝은

이렇게 아프지 않다.


이건

문 하나를 닫는 소리이자

다른 문이 열리는 소리다.


한 걸음 물러난 자리에서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얼굴이 또렷해진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몰랐던 바람의 방향,

시간의 속도,

내 심장의 리듬을

이제야 듣는다.


모든 이는

때가 되면 퇴직을 한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가 떠나는 것은 일이 아니라

하나의 역할이었다는 것을.


역할은 내려놓았지만

삶은 아직 진행 중이다.


씁쓸함은

새 출발의 그림자일 뿐.


나는 오늘

밀려난 것이 아니라

인생 2막의 무대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조명이 꺼진 줄 알았던 무대에

다시 불이 켜진다.


이번에는

내 이름으로..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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