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시 한편
[삶]
아침은 늘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작되고
저녁은 늘 무언가를 남긴 채 저문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이유도 모른 채 웃고
설명할 수 없이 지친다
손에 쥔 것은 분명 있었는데
돌아보면 모래처럼 흩어져 있고
붙잡지 못한 것들만
유난히 또렷하게 남는다
삶은 결국
태어나고, 늙어가고, 병들고, 사라지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위에 놓여 있지만
어떤 날은
지친 영혼을 조용히 어루만지다가도
어떤 순간은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기며 지나간다
따뜻함과 상처가 한 몸처럼 얽혀
우리를 더 깊게 만들고
무너지지 않게 버티게도 한다
그래서 삶은
견디는 일인 동시에
다시 사랑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을 건너는 우리는
완전하지 않기에 더 진실하고
흔들렸기에 비로소 스스로를 알아간다
끝내 남는 것은
잘해낸 하루가 아니라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마음 하나
그 마음은
아무도 모르게 우리를 버티게 하고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일어나게 하며
다 사라진 것 같은 날에도
조용히 속삭인다
그래도,
너는 충분히 살아냈다고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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