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화]
최근 장인어른께서 응급실을 여러 차례 다녀오셨다.
점점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 치매의 시작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50대의 건강한 모습으로 또렷하게 기억되던 분이,
이제는 84세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말수도 줄고 기력 또한 예전 같지 않다.
그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며,
‘노쇠화’라는 말을 조용히 되뇌게 된다.
그 의미를 붙잡아 보고 싶어, 짧은 시 한 편을 적어본다...
시간은 소리 없이
몸의 가장 약한 곳부터 문을 두드린다
어제는 가볍던 계단이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게 하고
내일은 손잡이를 찾게 만든다
기억은 서랍 속에서
천천히 자리를 바꾸고
이름 하나 꺼내는 일조차
작은 여행이 된다
거울 속 얼굴은
나보다 먼저 늙어가는
낯선 이처럼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자꾸 뒤를 돌아
젊은 날의 햇빛 위에 서 있다
잃어가는 것들 사이로
남는 것들이 있다
천천히 말하는 법
쉽게 용서하는 법
그리고
하루를 다 쓴 뒤에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힘
노쇠화는
무너짐이 아니라
조금씩 내려놓으며
삶의 무게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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