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하나에 담긴 시간, 강화도에서의 하루]
주말,
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강화도로 향합니다.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바쁘지 않은 아침이면 마음을 비우고자 자연스레 찾게 되는 곳.
오늘도 새벽 6시.
두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강화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이른 아침의 싸늘한 공기, 덜 깬 도시의 고요함.
그 낯익은 적막 속에서 마음은 조금씩 정돈되어 갑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늘 찾는 단골 식당으로 향합니다.
터미널 근처, ‘백반 5,000원’이라는 소박한 간판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정겹습니다.
반찬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
따뜻한 국 한 모금에
서늘했던 속이 스르르 녹아내립니다.
그렇게 단출한 아침 한 끼가, 어느 날은 마음까지 데워주는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죠.
식사를 마치고 나면 늘 고민이 시작됩니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나는 자주 찾던 동막해변 인근의 작은 카페로 향했습니다.
탁 트인 풍경, 잔잔한 바다 바람,
그리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 모든 게 글을 쓰기에 딱 좋은 조화를 이룹니다.
카페의 여사장님은 몇 해 전 명예 퇴직 후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늘은 꼭 그분께 따뜻한 덕담 하나라도 건네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카페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지요.
나이가 들수록, 더 부드러워지기를...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관대하고, 이해심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의 나는,
어쩔 땐 조급했고, 또 어떤 날은 미성숙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주유소에서 말다툼을 했던 여성 동료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새벽 근무 틈을 타
사람들 없는 시간에 그녀를 찾아가 조용히 손을 잡고 사과했죠.
그 순간,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이 오가는 대화 끝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내 손목 위, 사랑이 흐르는 시계)
그리고 지금 내 손목에 있는 이 시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5년 전 어느 날,
아내와 함께 파주 아울렛을 걷다가
무심코 들른 시계 매장에서 한 시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에 밟히던 그것.
네 번을 더 파주에 갈 때마다
그 매장 앞에 멈춰서서
그 시계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방문하던 날,
아내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 시계, 마음에 들어? 갖고 싶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죠.
“그냥 아이쇼핑이야. 돈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그때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마음에 든다면, 내가 사줄게.”
그 시계의 가격은 150만 원.우리 형편으론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아내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선물 받은 시계는
지금까지도 내 손목에서 함께 시간을 걷고 있습니다.
흠집도 늘었고, 시계줄이 조금 낡았지만
그 속에 담긴 아내의 마음은 15년 전보다 오히려 더 깊어졌습니다.
누군가에겐 오래된 시계일 뿐이지만,
나에겐 1억 5천만 원보다 더 소중한 시간의 증거입니다.
다시 강화도에서, 작은 감사 하나...
오늘도 강화도에 와서,
카페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지금.
내 손목의 시계를 바라보며
아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랑을 오래 간직하는 법은, 아마도 그런 작은 순간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오래 담아두는 게 아닐까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에 조용히 차오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몇 자를 적어봅니다.
> 시간은 흘러가지만,
마음에 남는 순간은 언제나 ‘지금’처럼 선명하다.
오늘도 삶은 그렇게,
소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