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by 정원

취미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독서와 농사라고 할 것이다.

농사. 텃밭 가꾸기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릴 적 시골 생활은 했지만 농사는 직접 해본 적이 없다.

아버님은 공직에 계셨고 초등4학년부터 서울에 와서 생활하였기 때문이다.

6학년 주택에 살 때였다. 혼자 세숫대야로 주변 밭 흙을 가져와 화단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도...

나의 농사의 시작인 것이다.


결혼 후 경남에 내려와 아파트에 살면서 공터에 텃밭을 만들었다. 투성이 자투리. 땅이었다.

돌을 골라 밭주위에 쌓으면서 땅을 개척하여 어린 자녀들과 놀이 삼아 농작물들을 심기 시작했다.

상추 쑥갓 감자 토마토 수박도 심었다.

겨울에 과일 껍질, 계란 껍데기도 밭에 묻었다가 봄에 뒤집어 퇴비로 사용했으니 일종의 자연 순환 농법이었다.

애들은 6살 3살 달팽이 잡고 일명 콩벌레 잡으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수박이 열려 먹기도 했다. 작고 맛은 없었지만

애들에게는 즐거운 놀이이자 교육이었다.


좀 더 넓은 밭이 필요했다. 시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으로 옮겼다. 좀 더 많은 종류의 작물들을 심기 시작했다. 흙을 만지면 피곤하지 않고 즐거웠다. 농사가 서툴렀지만 씨앗을 뿌려 싹이 나고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하고 예뻤다.

다음은 지인 소유의 아주 넓은 밭 400 펑정도 , 5팀 부부가 합동으로 텃밭 농사를 하였다. 친목 겸 밭에서 함께 일하고 고기도 굽고 수확한 야채와 막걸리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땀을 흘리고 모기에 물리면서도 자라나는 농작물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남편은 내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다고 했다.

난 전원생활이 꿈이었다.

애들 출가시키고 남편 퇴직 후 지리산 부근에서 농사지으면서 꽃도 키우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여건상 이루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남편, 까다로운 도시 남자, 흙, 벌레 엄청 싫어했다.

텃밭농사는 재미없지만 와이프가 워낙 좋아하니 할 수 없이 따라다녔던 것이었다.


퇴직 후 손자들도 돌봐줄 겸 용인으로 왔다. 아들집 가까이 주말농장이 있어 텃밭농사를 할 수 있었다.

손자들도 즐거워했다. 야채뿐 아니라 고구마, 감자, 옥수수는 수확하는 재미가 있었다.


텃밭농사, 농부들이 보기엔 소꿉놀이 수준이지만 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농사는 시기를 맞추어야 한다. 파종과 수확시기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 적당함이 중요하다. 물도 비료도 많거나 적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 잡초는 어릴 적 뽑아 주어야 한다.

조금 자라 뿌리가 깊어지면 제거하기 힘들다.


우리의 선조들 농경생활 속 삶의 지혜를 터득하셨을 것이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깊은 가르침이다.

자식 농사라 하셨는데 오늘날 자녀를 키우는 것도 같은 원리인 것 같다.


흙의 구성요소가 사람과 같다고 한다. 우리의 고향인 것이다. 흙을 만지면서 씨앗을 뿌려 새싹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된다.


며칠 전 주말농장을 신청했다. 봄이 되면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대장간 호미로 흙을 고르고 씨앗을 뿌릴 것이다. 고향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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