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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불편한 진실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난 어떻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by RoyaltyProgram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난 어릴 적부터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대해 불편한 침묵을 하며 살아간다고 느꼈다.

자신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게 어른들에게는 참 버거운 일인가 보다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은 지나 요즘 난 그때 어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무언가 조금씩, 오래 하다 보면 연봉, 경력, 스펙,.. 등등 뭐든 조금씩 쌓인다.


그때 가서는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바뀌어도 배가 쉽게 방향을 트는 것이 참 어렵다.

지금까지 그런 선택 없이 살아왔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내가 봐왔던 어른들의 상당수는 이 질문을 불편한 침묵으로 마주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들을 추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기에 나의 것들을 외면하고 합리화한다.

난 그런 어른이 되기는 싫었다.


난 그때부터 나의 삶을 돌아봤다.


알게 되었다. 사실 나도 그런 어른들 밑에서 합리화 중이었다는 것을,

그들이 내 시선을 가리기 위해 막았던 손바닥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나라는 것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나의 잘못됨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나에게 솔직해지면 나의 그동안의 잘못을 직면해야 했기에 그랬던 걸까

나는 꽤나 오랜 시간 나 자신을 외면하며 살아왔었던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난 삶의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난 멋진 스펙들을 나열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을 여럿 보며 생각했다.

주체적인 삶이 아니면 저 스펙들이 다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멋진 학과에 멋진 대학 간판 다 좋지만

내 인생에 내가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이 대체 어떤 가치로 환원될 수 있을까 싶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속 빈 강정이 되어 살아간다.

자신의 전공, 대학을 내세우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숨기며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내가 어릴 적 봐왔던 어른들처럼 자신만 아는 불편한 진실을 마음 한편에 묻고 살아간다.


내게 의미 없는 것들을 다 치우고 보니 인생은 생각보다 공허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 공허함을 피하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싶었다.


나는 그렇게 비워진 시간들을 여전히 조금씩 조금씩 나의 의미로 가득 채워가고 있다.


나도 공허감, 두려움에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다.

특히나 나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랬던 나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응원해 준 한 사람이 해준 말을 난 여전히 기억한다.

"실패하고 망하면 뭐 어때, 살아보니까
어떤 상황이든 정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기회는 오더라"

그 이의 한마디로 난 여전히 용기를 내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입시에 사활을 건다.

"실패하면 공장 노동자의 삶을 살 것 같아 두렵다", "인생 망하면 어떡해"

같은 시답잖은 말들도 오고 간다.


난 반문하고 싶다. 어떤 것이 네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고 보장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


누군가의 인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무언가는 우리의 불안이 만든 허상이다.

내가 아닌 그 어떠한 것도 내 인생의 공허감은 채워주지 못한다.


우리의 자신감으로 직접 채워나가야 한다.

인생이 실패할까 두려운 건, 내가 겉모습의 치장으로

나의 부족한 면을 가리려고 해서는 아닐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난 여전히 화려한 간판들과 이름 있는 상장들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을 혐오한다.


난 어딘가에 속해 있는가 보다는, 거기 속하여 무엇을 했는지를 말하고 싶고,

어떤 상을 받았다 보다는, 어떤 것을 해서 받았는지를 말하고 싶다.

또 성공보다 실패에서 얻은 게 더 많았기에 난 나의 성공보다 실패를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내가 살아갈 세상은 이런 가치가 중요한 것 같다.

AI가 더 열심히 하기에 간판이 보증하는 "열심히 했구나"는 의미는 퇴색된다.

인공지능도 간판을 달고 나올 수 있다. 인공지능도 어딘가 소속될 수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좋은 성적을 내면 성적표를 그대로 세상에 가지고 나올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가지는 인공지능의 앞에, 대학 간판의 위상이 지금과 같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몇 점보다, 어떤 생각으로 어디서 뭘 했는지, 나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이지 못하면 인공지능에게 대체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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