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레모네이드
데일 카네기는 그의 저서 <자기관리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이 문장은 그가 처음 만든 말은 아니다.
1900년대 초부터 영어권에서 사용되던 이 비유적 표현은
역경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하라는 오래된 지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문장이 내 삶과 겹쳐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약 15년 전, 나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 시절의 나는 몹시 아팠다.
숨이 막히는 감각이 수시로 찾아왔고 이유 없는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이 일상을 잠식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고
진료실 문 앞에서는 항상 손 끝이 차갑게 식어갔다.
나는 살기 위해 성실하게 약을 복용했고
내 상태를 이해하고 싶어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공황은 이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되었고,
우울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친구 같은 감정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내게 주어진 '레몬'을 억지로
단맛으로 바꾸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버리지 않고 소중히 들고 있었을 뿐이다.
조금씩 즙을 짜고, 천천히 설탕을 넣으며, 시간을 들여 내 삶의 속도로 섞어왔다.
나의 레몬은 분명 공황장애와 우울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레몬으로 상담사라는 레모네이드를 만들었고
강사라는 또 다른 레모네이드를 빚어냈다.
며칠 전, 나는 다시 그 병원을 찾았다.
예전처럼 환자 번호표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감정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늘 환자로만 드나들던 공간에
이번에는 강사 명찰을 달고 당당히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 멈춰 서서, 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용히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아, 여기까지 왔구나.’
기적 같은 반전은 없었다. 다만 아팠던 시간을 버리지 않았고
배운 것을 삶에 끊임없이 적용했으며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불안을 안고 산다.
어떤 날은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이 감정들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 아픔들은 나로 하여금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고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서두르지 않게 했으며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가볍게 던지지 않는 신중함을 선물했다.
아픈 경험 덕분에 나는 상담사가 되었고, 강사가 되었으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온 마음 다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레몬은 자동으로 레모네이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하며 지독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삶이 내게 레몬을 주었을 때, 나는 그것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나만의 속도대로
가장 나다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