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트

때로는 회의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확신할 용기를 준다

by 톨란

이 영화 톨란 지수는

개꿀잼




친절한 줄거리 설명이나 논리적 구조를 갖춘 리뷰가 아님. 생각 나는대로 점프하면서 두서없이 주절거리는 메모에 가까움 주의. 개인적인 감상이고 반박 안 받음.

혹시라도 제 글을 읽는 분이 실제로 계시다면... 그동안 영화를 안 본 건 아닌데 감상문 쓸 여유가 안 나서 반년만에 왔습니다. 한 50억 정도가 수중에 떨어져서 다 그만두고 매일 영화나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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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를 볼 것이 아니다. 밀러를 괴롭히는 런던과 밀러의 친구인 지미. 상반된 위치의 두 소년이 공통적으로 플린 신부에게 보이는, 숨겨지지 않는 경계와 적개심의 흔적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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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신부는 관용과 위계로부터의 탈피, 진보를 입에 담는다. 그런 그가 알로이셔스 수녀의 사무실에서 상석을 차지하고, 설교자의 권위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수녀들을 위협하고, 교단 내 책임자들과의 연줄을 무기 삼아 휘두르며 고발을 묵살하려 하는 모습들을 보라. 개방의 논리는 의무를 벗고자 할 때에만 편리하게 이용된다. 그의 본질은 손톱이 길어도 깨끗하기만 하면 상관 없다는 위선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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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필립 시모어 호프만에게만 플린 신부의 진실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신부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있고, 이미 충분히 많은 힌트가 주어졌다.

플린 신부는 아동성폭력범 프레데터가 맞다. 99% 확신.




a0479957cc9bf634-600x338.jpg 신인 때라고는 믿기지 않는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력

그렇다면 제목의 회의는 무엇에 대한 회의인가. 신이 만든 세상의 불완전성에 대한 알로이셔스 수녀의 실망이라고 생각한다. 플린 신부는 다른 학교에서 이번에는 그를 제어할 고삐도 없이 똑같은 범죄를 반복할 것이고, 이미 상처 받은 밀러는 사회의 더 큰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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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이셔스 수녀의 함정수사에 빠져 자신의 죄를 자백한 플린 신부. 그가 궤변을 늘어놓으며 회유를 시도하고, 윽박지르며 상대를 깔아뭉개려 하는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엑소시즘 영화에서 침대에 묶여 수십 가지의 목소리와 언어로 구마사제를 농락하는 악마. 그러나 현실의 악은 판타지의 그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maxresdefault.jpg 엿 먹어라 새꺄

생각할수록 빡치네. 약자의 허물을 덮어주고 공동체로서 개인을 보호한다는 건 아웃캐스트인 미성년자를 그루밍해서 정신적 지배 하에 두는 게 아니다. 알로이셔스 수녀가 눈이 멀어가는 나이 든 수녀에게 남몰래 포크를 쥐여주고 머물 집을 마련해주는 거야말로 자비. 불관용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쌧바닥을 앞에 두고 알로이셔스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위 장면에서 공포에 몸을 떨면서도 십자가를 움켜쥐고 악마의 눈을 똑바르게 마주 쏘아보는 알로이셔스 수녀의 용기란. 알로이셔스 수녀의 확신에 신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고독과 절망, 무력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꿋꿋이 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회의 속을 헤쳐가는 한 점 불빛과도 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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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에 알로이셔스 수녀가 검은 옷감 속으로 십자가를 숨기면서 어린 제임스 수녀에게 마치 고해성사하는 죄인처럼 흐느끼는 장면. 이 장면이 알로이셔스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세상에 대한 회의, 그리고 그가 남겨둔 1%의 가능성. 100% 확신을 가지고 전진하기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캐릭터가 조금 아쉬웠을 것. 외로운 길을 걷다가도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인물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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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이 우리를 연대하게 만들고, 불신과 회의가 우리를 진실에 한 걸음 가까이 데려다준다.

말라 바스러져 가는 꽃을 쓸어보며 자기만의 봄에 빠진 사람보다는 겨울 눈보라에 쓰러진 나뭇가지를 통행로에서 쓸어내는 사람이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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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플라워도 좀 그래. 싱싱한 꽃을 꺾어다 영원히 지 손에 쥐고 있겠다는 것도 플린 신부가 얼마나 크리피한 변태인지를 은유한다고 생각함. 남자들만 있는 사석에서 음담패설 들먹이며 마초스러움 과시하는 것도 전형적인 인더클로젯 방어기제 같았음.




g (1).jpg 화질 좋은 이미지를 못 찾았음

이 장면 좀 쩐다고 생각함. 제임스 수녀의 순진한 시야는 기울어져 있다.

알로이셔스 수녀와 플린 신부가 동등한 선상에서 눈을 마주보고 싸운다고 생각하는가?

그럴 리가. 명백한 권력의 높낮이가 있다.

여기서 플린은 지 할말만 함. 알로이셔스가 발언할 차례에는 산만하게 덜그럭거리고 방해하고 비꼬고, 으.




마무리 어떡하지...

간만에 미친듯이 몰입하면서 봤던 명작. 열 몇살 먹은 어린 애들이 나와서 중간중간 웃긴 포인트들도 재밌었고. 겨울의 교구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어둡고 건조한 이야기였는데도 오히려 보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회의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확신을 가질 용기를 주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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