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틱... 붐!
오지 않을 붐을 기다리며 낭비된 청춘은
이 영화 톨란 지수는
평~꿀잼
주제나 줄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끌리는 대로 튼 영화였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도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노래와 함께 영화는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이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시계를 확인해 보니 자정이었으며
정말이지 공교롭게도
딱 내 생일날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맞는 생일이라니
뭐지 영화의 신이 주는 생일선물인가
낭만 뭐지 진짜
영화 초반부 넘버 중에 Johnny Can't Decide에서
반복되지도 않고 가볍게 휙 흘러가버리는 가사가 하나 있다
Compromise or Persevere?
안주할 것인가 관철할 것인가
타협할 것인가 고집할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 밀고나갈 것인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영화를 꿰뚫는 한 줄 같다
틱, 틱...
B급 코미디 영화나 카툰에서 이런 우스꽝스러운 초침소리가 두드러지는 연출은
반드시 그 뒤에 붐! 하고
무언가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일종의 문법이다
다이너에서 알바 뛰어 근근히 버는 생활비로 연명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뮤지컬 작품을 고치고 또 고쳐 쓰는 지긋지긋한 일상은
조나단에게 있어 귀 따가운 틱, 틱... 하는 소음의 지속이다
이 성가신 소리가 신경을 긁어올 수록
언젠가 자신의 작품이 빛을 볼 날이 오리라는 것
안목 있는 프로듀서가 나타나 브로드웨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그런 붐!이 터지리라는 것에 대한
조나단의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배고픈 예술가의 성공은 보장된 문법이다
그런데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8년 간의 틱, 틱...이 성과 없이 지나버리고 나면 스스로 그 크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언제 끝나지? 내 붐!은 어딨지? 하는 사이에 어느새 서른이 되어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Compromise or Persevere?
그만둘 용기가 없는 조나단은 결국 이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첫 작품인 '슈퍼비아'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워크숍 날을
자신의 붐!으로 하기로 멋대로 정해버리고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조나단은 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넘버를 마침내 완성해내고 워크숍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는데
결국 그 대망의 붐!은 오지 않았다
거물급 프로듀서가 물고오는 인생역전급 계약이라던가 하룻밤 사이에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예 작가가 되는 식의 붐! 같은 건 없었다
뭐 그런 행운이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엔딩 보고 게임 접듯이 인생 다 살은 것도 아닐테고...
워크숍이 완전히 끝난 후에 조나단과 그의 에이전트 로사가 나누는 대화가 마음에 깊게 들어왔다
이제 무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조나단의 질문에
로사는 아주 잘했다, 잘했으니까 이제 다음 작품을 쓰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걸 다 쓰고 나면 또 다음 작품을 쓰고
그게 작가의 삶이란다
해필리 에버 애프터가 되었든 뒷맛 찝찝한 페이드아웃이 되었든
뭐가 됐든지 간에 아무튼 결국에는 커튼콜에 박수갈채로 완성이 되는 뮤지컬과는 달리
삶은 담담히 이어질 뿐이다
초침은 멈추지 않는다 정말로 멈추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는
시지프스의 바위산에는 정상이 없으며 한 걸음 뒤에는 또 다음 걸음이 기다리고 있다
상어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
겨우 머금고 있던 숨을 내뱉고 다시 훔치듯이 들이마시는 데만 해도 정신이 없어서
바닥 타일이 그리는 푸르고 붉은 선들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도 바빠서,
물론 간혹 팔을 돌리며 고개를 틀 때면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옆 레인의 아가씨가 곁눈으로 들어오기는 한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는 한결같이 음- 파, 음- 파를 반복하다가
레인의 끝에 다다르면 미련없이 발을 굴러 방향을 되돌리고
또다시 음- 파, 음- 파 인 것이다
마침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렇다 사실 아까 초침은 멈추지 않는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다
삶에 붐! 같은 게 있다면 그건 다름아닌 죽음이다
조나단이 끝나지 않는 틱, 틱...에 진저리를 치는 동안
다이너에서 같이 웨이터로 일하던 프레디나 조나단의 소꿉친구 마이크는
자신에게 허가된 틱, 틱...이 언제까지일지 두려움에 떨었다
음 그러니까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아마
오지 않을 붐을 기다리며 낭비된 청춘은 어떡해야 하는가?
Compromise or Persevere?
라는 조나단의 질문에 대한 답은
삶은 곧 perseverance 이며,
매 순간은 기다림이나 낭비 같은 게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서 목적을 수행한다는 것
이게 아닐까 싶다
글쓰다 보니까 또 새벽이 되어버림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은
건강 챙기지 않는 예술가들은 단명한다는 것
예술가는 아니지만 일찍 자야하는 건 맞기 때문에 여기까지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