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나는 다짐을 했다. 올해에는 정말 다양한 술을 마셔보기로.
그래서 스스로를 '종합 애술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편견 없이(?!) 마셔보기 위해 술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고, 전통주 마켓에서 술을 시켰다. 나름 술에 어울리는 안주를 시키고(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메뉴 거의 똑같음), 술의 향도 음미하고 맛을 즐기며 술독에 빠져 살고, 시도 짓고, 그림도 그리는 풍류를 즐기는 애술인이 되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알고 보니 나는 알쓰였다. 술이 물처럼 넘어가네? 하면서 홀로 술을 마셨던 어느 날, 술병이 지독하게 나서 변기를 부여잡으며 토를 했다. 그때 생각했다. 이야. 종합 애술인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내가 기억하기론 대학생 때는 소주 두세 병은 마시곤 했었던 것 같은데, 기억 조작인가? 아니면 정신력이었나?!
아무튼 심한 날에는 캔맥주 한 캔을 마시고도 쓰러져 잠이 드는 날도 있었고,
청주 한 병 마시고 술병이 지독하게 나서 꼬박 하루를 회복에 써야 했었던 날도 있었다.
그리고 맛있는 술은 가격도 비싸서, 이렇게 마시다간 가계경제 파탄 나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접는 것이 당연했던 나의 짧은 취미 '종합 애술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이 모든 일의 시작에는 '일엽편주'가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면 어딜 갈까? 찾아보다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안동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하회마을은 필수로 갈 건데, 이왕 가는 거, 숙소도 특색이 있는 곳으로 묵자! 어디에서 묵지? 하고 또 찾는데 세상에 '농암종택'을 발견했다.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을 해보시길
그런데 여기서 직접 빚는 술이 그렇게 맛있다고 했다! 숙박객들은 주조장에서 바로 살 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데, 경쟁률이 높아 올라오자마자 품절이 되기 일쑤라는 것이 아닌가?!
아니!!!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여행보다 술맛이 궁금해진 나는 인스타와 인터넷을 뒤져서 판매시간과 일정을 알아냈다. 첫 번째 시도는 파워 실패, 그다음 주에 일엽편주 청주 구매에 성공했다. 기쁨의 함성! 배송이 오자마자 한 병을 마셨다. 향이 진짜 최고... 향긋하고 맛도 좋았다. 한 병이 진짜 막 넘어가더라. 다 마시고 나니 이거는 혼자 알기 아까운 맛이다. 그래서 바로 술꾼들을 소집했다. 분명 일엽편주 한 병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막걸리도 샀다.
그래서 일엽편주를 또 신나게 나눠마셨다. 지금 포스팅을 쓰다 보니 또 마시고 싶어졌다. 세상에, 병 디자인도 너무 예쁘지 않은가? 장식해 두기도 좋다. 탁주도 팔길래 탁주도 사보았는데 탁주는 조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벤트로 받은 '병과점 합'의 주악이라는 전통 디저트. 가격은 청주 병당 3만 원, 인스타그램에서 @ricewinery를 팔로우해놓으면 판매 일정을 안내받을 수 있다. 판매는 네이버 스토어에 시작되는데 정각이 되면 스토어 로고를 클릭 해대시다 그러다가 제품이 뜨면 빠르게 구매하시면 된다.
그리고 이다음에, 내가 피켓팅 비슷한 느낌으로 술을 샀다니까 회사 언니가 그렇다면 '풍정 사계'를 알고 있느냐?라고 하셨다. 아니요?! 풍정 사계가 뭐죠? 그것도 구매가 엄청 힘든 술이야. 춘, 하, 추, 동 네 가지 종류의 술을 팔지. 내 친구가 시도했다가 실패를 했대. 너도 한 번 해봐! 오케이!
개인적으로 풍정 사계는 일엽편주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 일단 여기는 한 달에 두 번 팔기도 하고, 구성이 많아서 뭘로 사지 고민하다가 품절이 뜨기도 했다. 아놔.
처음에는 춘, 하를 샀다. 청주고 향이 좋아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대서 샀다. 수상 경력이 화려한 술이었다. 캬, 그러면 맛은 의심할 필요도 없을 것.
술이 배송 오자마자 또 다른 술꾼 친구에게 삐삐 쳤다. 한 건 물었다. 술 마셔야 한다. 그리고 빠르게 세팅된 메뉴, 일엽편주도 일엽편준데, 풍정 사계 춘과 추는 진짜 그냥 술렁템이다. 막 넘어간다. 달콤하고 향도 좋아서 이게 술이야? 하고 마시다가. 고주망태행. 하핳. 풍정 사계 춘, 하 세트는 7만 원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술맛을 생각하면 기꺼이 낼 수 있는 가격이다. 선물용으로도 굉장히 좋을 술이다. 그래서, 이다음에는 춘, 하, 추, 동 세트도 구입해봤다. 동은... 확실히 너무 세서 나는 못 마실 듯.
그래. 좋다. 청주는 잘 마셨다. 그렇게 술에 취해있는데, 눈에 걸리는 게시물 '막걸리계의 에르메스'. '막걸리 계의 샤넬.' 예? 막걸리는 국산 술인데 해외 명품 브랜드 수식어가 붙은 술이 있다? 그게 뭐지!? 찾아보니 '해창막걸리' 아니, 세상에! 이건 또 무슨 술이람? 왜 여태까지 몰랐지? 그래서 당장 시켰다. 해창 막걸리도 종류가 있는데, 이 무렵에는 스스로가 알쓰인 것을 깨달아서 9도로 사고 싶었지만, 9도짜리는 품절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2도로 샀다. 3병에 41,800원이었다. 병당 1만 4천 원 꼴인데, 이 술도 비싸다. 큽. 배송이 와서 안주 세팅해놓고 마시는데 굉장히 걸쭉했다. 요구르트 맛도 나고, 술맛도 되게 강하게 올라왔다. 캬.
해창 막걸리도 맛이 좋았다. 술이 금방 올라와서 그랬지... 여기까지 마시고는 종합 애술인을 조금 쉬었다.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맛이 있는데 몸이 너무 힘들었다. 조금만 먹으면 되는데, 한 병에 만원이 훌쩍 넘는 술들을 한두 잔만 마시고 뚜껑을 닫아 놓기에는 맛이 변해서 아깝고, 지인과 마시자니 둘 이상이 술 마시면 절대 한 병으로는 안 끝나고, 그러다 보면 과음하고 다음날을 날리게 되고... 그래서 2022년 새로운 취미였던 종합 애술인은 일단 휴식 상태다. 지금은 그저 간간히 회식 때 소맥이나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마셔보고 싶은 술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옥토모어! 언젠가는... 꼭 마시고 말리라. 그럼, 이번 이야기도 여기서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