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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지은 Mar 19. 2023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 때

20230313 여섯 번째 작문

강남역 10번 출구로 걸어 나왔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과 비싼 땅값에 촘촘하게 들어찬 상가가 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 나쁨, 하늘은 반투명하다. 그럼에도 서울, 참 좋다! 기피 대상이자 지긋지긋했던 서울 도심 한복판은 다시 반가운 곳이 됐다.


전주 토박이인 나의 서울 갈망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모 댁을 방학마다 놀러 갔던 것이 큰 계기였다. 그때 당시만 해도 나에게 고양시는 서울과 같았다. 그곳에서 나와는 사뭇 다른 삶을 사는 사촌 동생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동생이 입는 힙한 옷들의 출처는 그 유명한, 하지만 나는 가보지 못한 홍대였다. 전주에서 편도 3시간,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놀이동산을 동생은 밥 먹듯 갔다. 그렇게 서울은 내가 동경하는 모든 것이 있는 로망의 도시로, 전주는 지루함의 끝판왕이자 아무것도 없는 촌구석으로 전락했다.


틈만 나면 전주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 재작년 그 꿈을 이뤘다. 크리스마스에 이사했는데 마치 산타가 선물 대신 5평 원룸을 준 것만 같았다. 이사 직후 한풀이라도 하듯 서울 로망을 펼치기 시작했다. 전주에서는 말 그대로 없어서 못 간 전시회 투어. 고등학교 졸업 10년이 넘어서 해 보는 놀이공원 교복 데이트. 대망의 한강 소풍 그리고 한강 라면!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을 먹던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너, 진짜 행복해 보인다.’


다만 꿈은 짧고 현실은 길기에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정도 서울 버킷리스트를 지워나갔을 무렵의 여름이었다.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지하철로 향하던 나는 계단을 오르는 인파를 마주했다. 지하철이 도착했음이 분명했다. 우측통행은 무시된 지 오래.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힘겹게 도착한 플랫폼이건만 무심한 열차는 떠나고 말았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나는 나도 놀랄 말을 내뱉었다. ‘아~ 서울 싫다! 진짜...’


그 일이 있던 주말, 상경 6개월 만에 처음 전주로 향했다. 아직도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느꼈던 감정이 잊히지 않는다. 처음으로 전주가 좋았다. 지겨운 촌구석이 서울에는 없는 여유와 포근한 인정이 가득한 곳으로 변해있었다. 사실 전주는 여전했다. 모든 것이 떠나기 전과 같았다. 대학가 앞, 새 놓은 카페가 그간 팔리지 않았을 정도로 이곳에서 변화 찾기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은 왜 바뀌게 됐을까?


등장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그곳에 있는 걸 알지만 놓치고 사는 게 인생이다. 나의 깨달음처럼 말이다. 단 이틀이었지만 나의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상경 버스에서 그 답을 찾았다. 사람이란 동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좋다가도 금방 싫증을 내고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매번 현실에서 벗어나 꿈만 좇을 수는 없는 법. 나는 고향에 내려와서야 알았다. 이럴 땐 거리를 두면 된다. 그토록 싫던 고향과 멀어지니 전주가 가진 특별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진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향한 질투도 부러움도 나를 향한 불만도 잠시 멀어지면 내가 가진 것의 진가가 보인다.


그다음 해 나는 귀향했다. 그리고 다시 서울을 향한 동경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가장 최근에 쓴 에세입니다.


하하하 에세이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몰라서 책을 사서 정독한 후에 쓴 글인데요.

분명 뭔가가 부족하겠죠!

하지만 저는 뭐가 부족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호호호


여러분께 궁금한 지은입니다!

Q. 이 글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잘 읽혔을까요?

Q. 프로 지방러 풋쵸핸즈업ㅠㅠ 이 이야기에 공감이 되셨을까요?

Q.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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