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2 첫 번째 작문
[‘주름의 재발견!]
강연을 찾아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최초의 주름 컨설턴트로 7년째 활동 중인 닉네임 ‘나이테’, 나주은이라고 합니다. 제 본명보다는 닉네임을 듣고 ‘아~ 주름 만들어 주는 사람!’ 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주름이 여러분에게 필요한지, 어떤 주름이 여러분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상담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제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성형외과 컨설턴트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10년 전이었죠. 대한민국은 그토록 집착하던 나이 제도를 없앴습니다. 나이가 사라진 겁니다! 능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고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세상을 꿈꿨던 거죠. 그야말로 유토피아 일 것 같았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러셨을 것 같은데 모든 국민이 환호했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저는 제 인생을 바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습니다. 날도 화창하고 미팅 가기 딱 좋은 날이었죠. 그런데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저는 타 회사의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듣게 됩니다. 없는 연기력이지만 재현해 보겠습니다. 흠흠 ‘아휴~ 주름이 하나도 없어! 이렇게 어려 보이는 사람이 팀장이라니. 반가워요!’ 어떤 게 느껴지시나요? 주름, 은근슬쩍 반말, 하대하는 것 같은 느낌. 네~ 여러분 말씀 모두 맞습니다. 어려 보인다는 좋은 말이 이렇게 기분 나쁘기는 처음이었어요. 나이라는 수치화된 서열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같은 직급인데! 저는 외모 하나로 순식간에 낮은 서열의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화가 났던 건 저 또한 그분의 외모를 보고 저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는 겁니다.
며칠 동안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무한반복 버튼을 눌러 놓은 것처럼 그 순간이 계속해서 재생됐어요. 그러기를 얼마간 저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이에 기생하던 서열이 외모로 옮겨갔다는 걸 인정하게 된 거죠. 그리고 나이가 사라진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단 두 가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을 갖거나 예의라는 허울 뒤에 숨은 권위주의를 이용하거나라는 진리도 깨닫게 됩니다. 그날로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노안 시술 전문 성형외과를 차렸습니다.
처음부터 쉬웠다면 거짓말이죠. 주름을 펴주는 시술은 있어도 만들어 주는 시술은 없었으니까요. 또 Young해 보여야 좋지, Old 하면 뭐가 좋냐는 시선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사연을 가지신 분들은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저의 고객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분은 직장을 3번을 옮겼는데 젊어 보이는 외모로 사회 초년생 취급을 많이 받으셨어요. 능력이 있어도 어리다는 인식이 강해서 진급이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목주름 두 줄과 연한 눈가 주름을 추천드렸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시술 후 사진인데요. 5년은 더 늙어 보이죠. 불과 얼마 전 재입사를 하셨는데 최근에 과장이 되셨습니다. 그야말로 주름의 재발견이죠!
저는 대단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젊음과는 정반대인 늙음을 추구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저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본질은 그대로이고 겉모습만 달라진 서열의 또 다른 형태를 일찍 알아차렸을 뿐입니다. 여러분도 대한민국에 깊게 뿌리내린 사회상을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썼던 작문입니다~
스터디에서는 꽤나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지금 읽어보니 재밌으면서도 뭔가 아쉽고 그렇네요ㅎㅎ
그래서 말입니당~
여러분께 궁금한 지은입니다!
Q. 이 글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잘 읽혔을까요?
Q.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별로였나요?
Q. 이렇게 쓰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글 잘 쓰는 팁이 있다면 언제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