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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지은 Apr 02. 2023

비주얼 헌터

20230206 두 번째 작문 

- REC -

‘안녕하세요, 메타버스 개발자 형제, 한태호와 한백호입니다. 오늘은 2060년 현존하는 유일한 녹지대 '마지막 숲'에 나왔습니다. 곧 출시될 신상 메타버스 게임 사전 검사를 위해서인데요. 자랑스러운 이 게임의 이름은 <비주얼 헌터>입니다! 아시다시피 30여 년 전, 인간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 동물들이 몸집을 키우며 괴물이 됐죠. 오랜 싸움 끝에 이 숲을 내어주는 것으로 전쟁을 마무리했는데요. 깨끗한 환경을 괴물들만 누리는 건 치사하죠~ 그래서 청정 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을 활용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장비도 게임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AR 고글과 거울 세계를 기반으로 한 지도를 가지고 이곳에 사는 생명체를 찍어 무사히 숲을 탈출하면 게임 끝입니다. 괴물마다 그 강력함의 정도로 점수가 매겨져 있는데요.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오늘은 저와 동생이 플레이어가 되어 경쟁해 보려 합니다. 그럼, <비주얼 헌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숲으로 진입 30분. -태호의 눈동자-

처음 느껴보는 숨이 탁 트이는 공기에도 괜스레 목이 막혀온다. 숲으로 진입 직전 방송 화면에 떠오른 댓글 탓임이 틀림없다. ‘게임 때문에 거기 오염시켜서 또 전쟁 나는 거 아냐?’ 멍청한 인간, 장비라고는 겨우 고글과 지도뿐인데 이게 여기에 떨어져 봐야 오염에 ㅇ도 안 될 거다. 물론 데이터를 쌓기 위해 다녀간 개발자들이 있었으니 심해봐야 ‘오’ 정도는 됐을 수도... 댓글에 정신이 팔려있던 태호는 별안간 일제히 비상하는 생명체에 의해 더 정확하게는 놀라 엉덩방아를 찧은 한호의 비명에 정신이 든다. 뻘쭘해하는 백호를 향해 번지던 미소는 빛나는 눈동자와 마주하며 순식간에 공포의 입꼬리로 탈바꿈한다. 창백해진 형의 낯빛에 더해진 뜨거운 숨결로 운명을 직감한 한호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떨리는 입을 뗀다. ‘형, 아직 끝난 거 아냐!’ 그렇게 동생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숲으로 진입 45분. -백호의 눈동자-

개가 이렇게 빨랐던가? 고글에 뜬 괴물의 본체는 ‘개’다. 책에서 본 것보다 10배나 덩치를 부풀린 개를 상대로 싸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형이 찾으러 올 수 있게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놈이 눈치챌 수 없게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시계, 신발, 양말. 그리고 위치 추적 장치가 달린 고글을 투척. 던지고도 아차 싶다. 고글은 예상대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소리에 맞춰 놈이 우뚝 멈춰 선다. 이윽고 네 개의 눈동자가 마주한다. 하지만 놈은 고글을 물어 내 앞에 가져다 놓을 뿐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휘졌는다. 살금살금 따라간 곳에는 내가 벗어둔 옷가지들이 있다. 하나씩 가져다 내게 돌려주고는 다시 내 목덜미를 덥석 물고 걸음을 빨리한다. 절망스럽지만 둘째로 살며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쌓아온 눈치 본능이 말한다. 이놈, 뭔가 있다.


숲으로 진입 1시간. -다시, 태호의 눈동자-

고글에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 둔 건 신의 한 수였다. 한동안 쉼 없이 움직이던 백호가 멈췄다. 숨이 붙어 있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내달린다.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넘기자 나도 모르게 입은 벌어진다. 산이다. 스쳐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형제가 만든 기기들이 만든 산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숨이 떨어져 나갈 듯 울며 말을 멈추지 않는 백호, 고개를 푹 숙인 괴물이 보인다. ‘나는 몰랐어. 두 개씩이라 이렇게 작으니까, 설마... 몰랐어!’ ‘호야~ 뭐 해?’ ‘형,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걸까? 다 죽었어. 재밌으려고 내가 다 죽인 거야!’ 백호에게 다가갈수록 보인다. 또 다른 산이. 벌어진 동공에 박힌 고글이, 여전히 전류가 흐르는 지도가 뱃속에서 반짝이는 괴물의 산이.


-REC-

‘안녕하세요, 메타버스 개발자 형제, 한태호와 한백호입니다! <비주얼 헌터> 출시는 잠시 미루기로 결정했습니다. 숲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댓글이 마구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 말로 갈음하겠습니다. 여러분 메타버스가 왜 만들어졌는지 아십니까? 호모 루덴스, 재미를 추구하던 인간이 호모 데우스, 신이 되어 영원히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 동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신이 되고픈 저희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숲 속 탈출. -태호의 눈동자-

날카로운 우리의 결과물에 피범벅이 된 손에는 옷으로 만든 바구니가 들려있다. 가지고 나올 수 있을 만큼 가지고 나왔다. 몇 번 더 다녀가야겠지. 하지만 이제야 숲의 공기가 들어온다. 코를 지나 저 발끝까지.




올해 쓴 두 번째 작문입니다!


한창 환경오염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빠져있었을 때

메타버스를 주제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성격상 한 소재에 꽂히면 다른 소재를 잘 떠올리지를 못해서 고집대로 써 본 글인데요.

애정이 가는 글이라ㅎㅎㅎ


여러분께 궁금한 지은입니다!

Q. 이 글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잘 읽혔을까요?

제가 전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은 '메타버스 세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생산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Q.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별로였나요?

Q. 이렇게 쓰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글 잘 쓰는 팁이 있다면 언제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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