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제주 소녀에게
안녕하세요! 행운의 편지 너무 잘 받았어요. 저는 28살이구요. 지금은 퇴직을 하고 쉬고 있는 와중 저도 행운이 필요한 시점에 행운 같은 편지를 받은 게 앞으로 이루어질 행운 같은 일의 시작일까 해서 기분 좋게 읽게 되었어요.
우선 편지 내용에 대해서 답장을 드리자면, 네! 저도 낭만을 좇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전에 했던 일이 워라밸도 없고 그저 묵묵히 하다 보면 빛을 보게 되는 혹은 도태되는 직업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정말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성공한 사람처럼 대우도 받기도 하구요. 정말 하고 싶어 했던 일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나에게 있어서 그 정도로 일하는 게 과연 맞는가? 의 의문으로부터 퇴직을 마음먹게 되었어요. 저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었으니까요. 저의 꿈은 제가 엄청 열심히도 게으르지도 않게 일을 하고 엄청 많이도 적게도 벌지 않고 일과 저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저와 비슷한 사람과 사랑하며 사는 게 꿈이에요. 이 정도면 저도 친구처럼 낭만주의일까요? 친구도 이렇게 직업이 꿈인 거 말고 정말로 살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직업은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정하는 수단이고 그게 좋아하는 일이라면 다행에 그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친구의 고민 중 영원함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해요. 정말 아픈 현실이지만 영원이라는 건 기대할수록 저를 더 깎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가 마주하는 모든 것에는 이별이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너무 실망 말아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영원하지는 못하지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며 살게 되거든요!
제가 터득한 방법은 사소해지고 바라지 않는 거예요. 사소한 것으로부터 행복하고 고마워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좋으면 햇살의 포근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있는 걸 느끼고, 날이 좋지 않으면 어두운 바깥 덕분에 환하고 아늑한 실내가 주어지니 저는 행복해요. 이렇게 저희가 살면서 마주하는 일상들에서 행복을 찾으면 저희는 행복을 다행히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의 기준이 이 정도보다 높아지다 보면 불행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답니다. 거의 터질 듯하게 바람이 들어간 풍선 같은 거죠. 그렇다고 해서 큰 행복이 찾아온다고 친구의 감정을 거부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즐겨도 좋아요! 다만, 즐기고 아 행복했었다. 즐거웠었다.로 마무리 하고 다시 사소한 행복의 기준으로 돌아가는 거죠. 저는 항상 어떤 감정이든 받아들이며 중간을 유지하는 게 저를 위해서 유익하다고 생각해요. 행복도 슬픔도 우울도 기쁨도. 그냥 바람 솔솔 부는 들판에 누워 있는 사람처럼 말이죠.
청춘은 저도 어느 정도 시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소중하죠! 한 번 시험에 비유를 해볼게요. 시험을 대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을 때 성적이 잘 나오면 기쁘고 잘 안 나오면 속상하죠. 잘 나오면 기쁨을 잘 안 나오면 다짐을 얻게 돼요. 대게 시험을 많이 보게 되는 시기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이루어질 거예요.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어요. 우리가 끊임없이 환희를 느끼고 열심히 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거 거든요. 청춘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하지 않고 부딪히고, 느끼는 감정들을 그대로 느끼며 피하지 않는 용기를 갖는 일.
이런 시기는 저도 아직 겪고 있고 아직 완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도 청춘을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저는 그 이후에 저에게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답니다! 30대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금의 내면적인 모습과 그때는 또 어떻게 다를까? 40대는? 50대는? ….. 30대에는 30대 다운 멋진 모습을 하고 40대는 40대의 멋진 모습을 하고. 그렇게 숫자에 얽매인 청춘은 보낼지언정 마음속에는 그때와 다른 의미의 청춘을 갖게 될 거라고 믿어요!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동안 내뿜어낸 에너지들이 순환되어 다른 생물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뿜어낸 에너지들도 분명 우리가 죽어서 누군가에겐 영향을 주게 될 거예요. 그 에너지는 각자의 고유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실체가 없어져도 에너지가 순환하며 지구가, 우주가 살아 숨 쉰 다는 사실이 저는 안심이 되더라고요. 영영 없어질 줄만 알았던 사람의 모습이 안 보이는 곳에서 그렇게 영원한 거죠.
제가 쓴 답장이 지금 당장 친구에게 힘이 안되어도 괜찮아요! 저는 지금의 친구보다 앞 날을 살아갈 멋진 친구의 모습에게 서서히 전달되길 바라요! 서랍 한편에 뒀다가 정리할 때 읽혀지는 글처럼 말이죠. 저는 사실 이번 펜팔 답장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명량하고 귀여운 모습이 담긴 편지를 받게 돼서 기분이 좋았고 당연하듯 답장하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기분 좋은 편지를 읽게 해 줘서 고마워요!
-제주 17살 친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