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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Feb 13. 2023

픽션과 논픽션 사이 #3. 착한사람


"세상은 착한 사람을 힘들게 해."


"무슨 소리야?"


"착한 사람은 손해만 보잖아."


"그래도 나중에 다 돌아온다잖아."


"그건 우연히 돌려 받은 사람들의 얘기고. 그렇게 손해만 보다가 죽은 사람이 더 많을 걸?"


사실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 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조금만 손해 보는게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반복될 땐 짜증까지 났으니까.


그녀는 풀이 죽어 있었다. 내 생각에 그렇게 착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풀이 죽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녀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았다.


"그래도 착하면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자기한테는 이득이 되니까 당연히 좋아하지. 바보야."


"넌 왜 항상 세상을 그런 관점으로 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사람이라는게 참 알 수가 없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적당히 더럽혀지고, 더럽다고 생각하면 적당히 아름다워지고. 저마다 가진 신념에 목숨을 걸고, 뭐가 뜻대로 안되면 신에게 빌고."


"그래서 재미있지 않아?"


"뭐가?"


"우리네 인생이라는게 그래서 재미있는 거 같아. 어딘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지루한 지옥일 것 같은데?"


그녀는 내 말을 멍하게 듣고 있다가 들고 있던 캔맥주를 한모금 홀짝 들이켰다. 그리고 '바로 이거야' 라는 표정으로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캬~' 소리를 냈다.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활짝 웃어보일 수 있었다.


"그말도 일리가 있어. 너도 뭔가 지루한거 같다가도 유쾌하고, 가끔 모자란 것 같은데도 또 어쩔땐 제법 똑똑한 것 같아서 뭔가 재미있단말야?" 

 

"뭐?"


나는 '모자란 것'이라는 소리에 약간 움찔거렸고, 그녀는 그런 내게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대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복수에 찬 웃음을 머금고 그녀의 얼굴을 슬쩍 밀면서 속삭였다.


"저리가. 땀 냄새 나니까."




그래서 재미 있는 우리네 인생들을 위한 시



부대껴야 살지
-송지범

세찬 바람에 꽃이 흔들려야
꽃가루 날려 새싹 띄우지

나뭇가지 서로 맞부딪혀야
산이 숨 쉬고 있다는 걸 알지

출근길 만원 버스 치여 봐야
혼자 사색하는 소중함 알지

폭풍처럼 세상에 힘껏 부딪혀야
속에 있는 화 전부 토해내지

부대껴야 
독 오르고
눈물 터지고
곪았던 응어리 흘러내리지

답답한 세상살이
숨 틔고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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