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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Jan 09. 2023

110cc 스쿠터로 1,700km 전국일주 프롤로그

내 인생의 소중한 여정 한조각

생각 했으면 실행 한다


2017년 5월, 150km 남해 도보여행 이후 연휴기간 또 무모한 도전을 했다. 스쿠터를 타고 전국일주 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도보여행 이후 다시는 맨몸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지 않아야 겠다는 깨달음을 얻고나서 자전거를 타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다시 몸으로 깨달음을 얻고 싶진 않았기에 스쿠터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 후배 녀석에게 스쿠터와 기타 장비를 싸게 매입 하였다. 서울-화성-서산-태안-보령-서천-부안-함평-신안-장흥-보성-순천-사천-부산-울산-삼척-속초-서울로 이루어진 코스로 서해-남해-동해를 둘러오는 일주였다. 숙식은 텐트와 침낭 등 캠핑으로 해결하였다. 


도보여행 때는 발과 무릎이 아팠지만 이번엔 손목 통증과 함께 팔뚝이 저려오고 엉덩이가 뻐근하여 1~2시간 정도 가다 쉬다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결국 4박 5일 기간 동안 혼다 디오 110cc 스쿠터 (조나단-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자유로운 갈매기 조다단의 이름을 땄다.)를 타고 약 1,700km (1,691km) 정도의 거리를 완주하였다. (주유비 86,524원)


나의 애마 조나단 뒤에 침낭과 매트를 실고 앞에는 침낭을 끼고 배낭을 맸다
잠은 텐트와 침낭으로 해결해야 했기에 주로 해안가 주변에서 캠핑했고 식사는 대부분 간편식을 코펠로 직접 조리하여 해결 했다


내안에 길들여진 편안함과의 싸움


여행을 가는 동안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다. 첫날에 비를 만나 빗길에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도로 한복판에서 오일이 떨어져 주유소까지 1시간 넘게 스쿠터를 끌고 가기도 했고, 버너에 맞지 않는 가스를 가져와 저녁을 굶기도 했고, 텐트에서의 잠이 불편해 몇 번을 깨고 뒤척이기도 하고, 길잡이인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충전하느라 식당과 커피숍을 전전하기도 하고, 네비가 먹통이 되거나 고속도로로 안내하여 길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내 안에 길들어져 있던 편안함과의 싸움이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사실 나도 왜 계속 이런 짓(?)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때 선택하는 수련의 일종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유롭게 글짓기를 하고 싶은 창작의 욕구와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도 약간 들어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상을 벗어나 새롭고 뜻밖의 상황을 마주 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큰 것 같다. 어렸을 적 꿈이 영화 인디아나존스의 해리슨포드나 용형호제의 성룡과 같은 탐험가(원피스를 보고 해적으로 바뀌었지만)이었던 만큼 넘쳐 흐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이 자꾸 나를 자극 하는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뜻밖의 장소에서 보게 되는 풍경들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그게 내가 이런 여행을 하는 이유인 것 같다. 



내 인생의 이야기거리를 만들다


자유를 사랑한 한 의사가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현실을 자각하고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되는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그 여행이 체 게바라의 인생을 바꿨듯 나도 이 여행으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런 여행 후에는 내 인생의 콘텐츠들과 이야기거리들이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거리가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기도 하고 특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자주 이런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때 내 인생을 풍요롭게 살았다고 느끼고 싶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한 장면


write in 2017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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