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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Jan 04. 2023

강과 바다가 만나는 군산을 걷다 ➁

초원사진관에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그리고 새만금 간척지까지

#1. 초원사진관


숙소에서 1박을 한 뒤 군산에서 유명한 초원사진관에 가보기로 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사진사 정원(한석규)이 일을 하는 곳으로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기도 했다. 가는 길에는 일본식 건물들과 정미소, 공장 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지나가다가 이성당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줄지어서 빵을 사가고 있었다. 나도 맛보고는 싶었지만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훗날 다시 군산을 찾아 이성당 빵을 맛보고 그 때 왜 안먹었나 후회하기도 했다.


  

초원사진관 근처까지 오자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가 사용하던 주차질서 차량이 보였다. 작고 아담한 사진관 안에는 영화속 스틸컷 사진과 당시 찍은 사진들까지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정원(한석규)이 남긴 '내 기억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라는 말처럼 이 공간안에서 그들의 순수하면서 슬픈 사랑이 느껴지는 공간 이었다. 사진관엔 주인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그 안에서 계속 장사를 하시는 것 같았다. 오래 머물만한 공간은 아니기에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다음 장소로 향했다.




#2.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다음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이라는 곳에 들렸다. 놀랍게도 이곳은 입장료를 2,000원이나 받았다. 고민이 되긴 했지만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기부하는 셈치자는 마음으로 입장권을 끊었다. (그래도 여긴 카드결제가 된다) 3층까지 관람실이 있었는데, 1~2층은 해양 역사에 대한 전시관이었고 3층이 근대 물건을 모아둔 공간이었는데, 3층이 구경할 거리는 많았다. 특히 주조와 영화관이 관심이 많이 갔다. 아이들과 오면 옛날엔 이랬었다면서 보여줄 수 있는 교육적 공간으로 좋을 것 같았다.



  

#3. 비응항 (새만금간척지) 가는 길


다음 목적지인 새만금간척지에 가는 길은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새만금 간척지에 가려면 비응항이라는 곳을 가야하는데, 07번 버스가 60분마다 한 대 씩 온다. 게다가 군산은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림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네이버 길찾기나 어플에도 도착 정보가 안나온다)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내 딴에는 버스가 한대 오지만 직통으로 가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옆에 있는 정류장 (미즈커피 앞 정류장)보다는 버스가 많이 오지만 갈아타야 하는 내항사거리 정류장이 더 유리할 것 같아서 탔는데, 역시 잔머리를 굴리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혹시 가실 일이 있다면 정석으로 가시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갈아 탄다고 기다린 시간만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비응항에 도착하게 되면 수많은 고기잡이 배들과 회 센터들이 반겨 준다. 여기에서 볼 것이라고는 이 배와 바다가 전부인데, 그래도 관광객들이 제법 다니는 걸 보니 회를 먹으로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일몰 명소라고도 한다. 월명유람선이라는 곳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럴려면 07번 버스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걷는 도중 어부들이 일하는 삶의 현장이 보기 좋아서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4. 새만금 간척지


새만금 간척지는 새만금 방조제 가는 길에 볼 수 있었다. 방조제 가는길은 꽤나 멀어 보여서 그 곳 까지 가보지는 않았다. '세계적기술 한국농어촌공사' 라는 팻말이 보였고 가까이 가보니 아직 간척사업 공사를 진행 하고 있었다. 이전에 간척 작업을 한 곳은 황량해 보이는 토지로 거의 죽어 있는 땅으로 보였다. 환경 단체들이 왜 그렇게 반대를 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이렇게까지 국토를 늘리는 것이 환경을 그대로 두는 것 보다 경제적 가치나 사회적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공간에 와보니 멀리 안개 낀 바다 처럼 내 마음도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러한 사회갈등을 겪고 바닷모래를 사용한 친환경적인 공법을 사용하여 최장의 방조제를 건설했고 이 기나긴 간척사업이 종료되면 자유무역, 레저 문화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니 조금이나마 이러한 것들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터미널로 바로 가야해서 다른 버스를 타고 군산 터미널로 바로 직행하였다. 군산을 떠나며 이국적 느낌이나는 동네와 소소한 볼거리들 때문에 한번쯤은 다시 오고 싶은 포근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목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write in 2017 spring.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사랑에 대한 그 순수함을 위한 자작 시



그리움의 내음

-송지범


그대에게선 그리움의 내음이 난다

함께 하지 않았던 순간조차도

마치 함께 했던 것처럼 손잡고

벚꽃비 내리는 지난날 걷고 있다


내 마음 고이 접어 선물했던 날부터

신이 손짓해 세상을 멈추었던 걸까

마치 그동안의 삶은 꿈이었던 것처럼

잠들었다 다시 눈 뜬 것처럼 

그대 앞에 서 있다


그대는 비록 다른 꿈에 머물렀겠지만

지금 맞닿아 있는 손결 하나만으로도

이미 사랑하기에 충만하다


오래전 즐겨 듣던 노래 흘러나오면

그때 그 시절의 나와 그대가 만나

티격태격 눈 부신 나날 보내고

추억상자 깊숙이 새겨져 빛나고 있다


잔잔히 불어오던 내음 담아 두었다가

그대 뒤돌아섰을 때

가만히 날려 보내던 눈물 떨어져

새하얀 꽃으로 다시 피어난 것처럼


우리 만나지 못한 채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지금 함께 하는 순간들 넘치도록 스며들어

지난날 허전했던 추억 사이사이

그대의 내음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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