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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Jan 04. 2023

강과 바다가 만나는 군산을 걷다 ➀

금강에서 군산항, 그리고 진포해양테마공원 여행

#1. 계획


일주일간의 긴 휴일로 인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을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수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목적성이 있는 여행은 아니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뭔가 목적성을 가지고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이 안들었다.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하다 결국 요단강이나 갈 것 같아서 다시 생각에 집중했다. 교과서에도 나오고 오래 전부터 사회적 갈등을 가져왔던 새만금 간척지가 있는 군산을 가기로 했다. 늘 하던데로 아무 생각 없이 배낭을 대충 꾸린 후 군산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군산 가는 기차 안에서


#2. 군산


군산은 영화 '박하사탕'의 영호(설경구)가 형사시절 운동권 수배자를 잡으로 왔다가 술집 여주인(고서희)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첫사랑 순임(문소리)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다 훌쩍거렸던 장면이 떠오른다. 아마 이때까지는 영호의 그 순수한 마음이 조금 남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군산 가는 무궁화호 기차에서 듣던 음악에 이문세의 '옛사랑'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와 지나간 슬픈 사랑을 기억하는 배경음악으로 제법 운치가 있었다.


영화 '박하사탕'의 한 장면


군산역에 도착해 내리자마자 바다의 짠내와 강의 비릿내가 한웅큼 다가와 코끝을 간지럽혔다. 생각해보면 군산을 오기 전 이미지는 축축하고 눅눅하고 으슥한 동네에 왠지 낮에는 늙은 어부들이 어슬렁거리고 밤에는 술집 여자들이 서성거리는 이미지였지만 발을 내딪은 군산의 모습은 깨끗하고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놓은 풍경화 같은 이미지였다.



날씨는 생각보다 좋았고 미세먼지도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군산을 떠나기 전에 땅끝마을까지 거리를 계산해보고 100km 정도 도보여행까지 계획 했다. (결국 150km를 걸었지만) 살도 뺄겸 도보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아들이 살찐걸 싫어하시는 어머니의 은근한 응원속에 길을 떠났기에 완주에 각을 세우고 있었고, 워밍업으로 군산항 근처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관둘까 생각도 했지만 니가 그럴줄 알았다며 빈정거리는 여동생의 모습이 떠올라 허공에 여동생의 뺨을 휘두르면서 꾹 참았다. 군산역에서 금강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는 아직까지 토목공사가 한창인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3. 금강


금강과 처음 눈맞춤 했을 때의 느낌은 예전 유럽여행의 첫 행선지 런던에서 템즈강을 봤을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다른 나라의 강이구나 라는 느낌이랄까? 전라도 쪽의 강은 처음 본 것이기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금강의 둔치쪽으로 산책로와 조깅로가 잘 닦여져 있어 편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고기를 잡는 어선들도 보이고 수도권의 강처럼 레저와 휴식처와는 조금 다른 생업의 느낌이 나서 더욱 보는 맛이 있었다.



이 곳 금강 하구는 다들 알다시피 철새들이 많이 들렀다 가는 곳이다. 가는 길에 표지판으로 철새들에 대한 설명도 간간히 있었다. 영화 '용서는 없다'에서 이성호(류승범)라는 환경운동가가 나오는데 영화 속 배경도 이곳 군산이다. 영화에서는 금강 하구를 미의 여신 비너스의 자궁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부는 댐과 하구둑 건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비너스(금강)의 두팔과 하반신, 두다리를 절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요즘이야 친환경이 화두가 되어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이미 끝나버린 간척사업이기에 이 아름다운 금강이 토목사업으로 인해서 변질 된다고 생각하면 가슴 아픈일이기는 하다.


영화 '용서는 없다'의 한 장면


금강을 따라 쭉 걷다 보니 1시간 좀 넘게 걸려서 숙소에 도착 했다. 걸어서 산책하기에 딱 좋은 거리였다. 군산항(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처에는 모텔같은 숙박시설이 있었는데, 1박에 4만원 정도 하였다. 시설은 일반 모텔과 비슷한 수준이라 두명이 묵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전라도의 밥상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근처의 식당에서 제육정식을 주문하여 먹었다. 역시 여행을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전라도의 제육의 맛은 남달랐고 김치찌개까지 나왔다. 그런데 관광지 주변이라 그런지 가격이 생각보다 조금 비싸기는 했다. (제육정식은 9,000원, 일반 백반 김치찌개, 된장찌개 류는 7,000원 선)  




#4. 진포해양테마공원


밥을 든든히 먹고 해가 지기 전에 진포해양테마공원 이라는 곳이 있어서 산책을 했다. 군용 전투기와 전함 모형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고 군함 같은 경우 안을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이용 시간이 마감되어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군산 항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식 가옥들과 구식 기찻길, 그리고 1970년~1980년대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 많아서 뭔가 그 시대의 거리를 걷는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걷다보니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동백대교까지 걸어왔다. 2017년에 개통예정 이라는데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가는 길에 횟집 몇개가 있었는데 그렇게 활발하게 상권이 이루어져 있지는 않았다. 앞에 커피숍이라도 있으면 분위기를 좀 더 즐기려고 했지만 해안가에는 커피숍이 없었다. 결국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처까지 올라와서 겨우 분위기 좋은 '미즈커피'에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미즈커피는 일본식 건물로 되어 있어 매우 흥미로운 곳이었다. 아쉽게도 밤 10시까지 밖에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밖에 벤치 같은 것들이 많아서 그곳에서 좀 더 있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미즈커피 카페에서 끄적거렸던 자작 시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write in 2017 spring.




아메리카노 연가 

-송지범


네가 날 선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단한 몸 갈아 가루 내고 

뜨거운 즙 짜는 인고의 시간  

고독하게 살아왔거든 

 

네 입술 와 닿아 

서로 온전히 맛보는 순간 위해

내 속의 모든 걸 담아낸 거야 

 

눈물로 우려내 조금 쓰지만

달콤한 설탕 섞어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감싸 안아줘

 

설령 외로움 채우기 위한

입가심이었더라도

네가 입맞춤한 커피잔이

찌꺼기만 남더라도 

 

우리가 서로에게 스며든 이 순간

오랫동안 그리며  

생생하게 말라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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