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영원은 없었다.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

by 다솜

여자는 적막한 차 안에서 건조하게 흘러가는 창밖을 바라본다.

신호등이 초록빛에서 노란빛, 빨간빛으로 바뀌자 차가 느릿하게 멈춰 서고

그녀의 시선이 빨갛게 켜진 신호등을 지나 남자에게로 닿는다.

남자는 그녀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척 애꿎은 신호등만 쳐다본다.

여자의 가슴속에 서만 맴돌던 말이 튀어나오듯 차 안을 울린다.

"너는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

남자의 왼쪽 손이 잠시 이마를 짚었다 내려오며 말한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어, 다 변하는 거지."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차가운 온도감에 여자는 양손으로 팔을 끌어안았다.


신호들이 다시 빨간빛에서 노란빛, 초록빛으로 변하고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는 여자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창밖에는 익숙한 간판들이 스쳐 지나간다.

처음으로 밥 먹었던 음식점, 자주 갔던 카페, 물끄러미 보던 그녀에 눈에 한 커플이 들어온다.

딱 봐도 사귄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풋풋함이 새어 나오는 학생커플.

맞잡은 손이 어색해 보여도 입가의 퍼진 행복만은 어색하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분명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 텐데, 어째서 지금은 작은 티끌도 찾아볼 수 없는 걸까.

순간 응어리가 가슴을 턱 막는 답답함에 여자는 숨을 길게 내쉰다.

긴 한숨 끝에 남자의 짜증 섞인 음성이 돌아온다.

"한숨 좀 안 쉬면 안 돼?"

그의 말 한마디에 응어리가 몇 배로 커지는 느낌이다.

답답함을 누르며 여자가 입을 뗀다.

"너는 내가 왜 한숨 쉬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가 맞받아친다.

"너는 그걸 듣는 내 마음이 어떨지 생각은 하고?"

처음으로 마주친 두 사람의 눈 끝에는 축축한 눈동자만 있었다.

이내 두 시선은 다시 차창을 향했다.


여자는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마음속으로 계속 쏟아낸다.

'그래도 너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길 바랐어. 나도 알지 변하지 않은 건 없다는 거. 그래도.. 사랑의 형태는 변해도 사랑하는 마음은 늘 같을 거라고 말해줄 수는 없었을까'

의미 없는 가정의 가정을 반복하다 그녀는 문득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아.. 우리는 만약에라는 가정 속에서만 행복할 수 있구나. 그곳에만 우리의 영원이 있겠구나.'

여자는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내밀고는 눈을 감았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눈을 떴을 때 그곳에 영원은 없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월번역에도 요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