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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옥


우리 집에 이사온 지

이십 년 훌쩍 넘은 늙은 영산홍


오는 봄날, 그는 기력이 다했는지

베란다 구석에서 돌아누운 어름장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다


붉고 탐스러운 꽃송이로

해마다 기쁨 주었던 몸뚱이는 이제

가까스로 몇 송이 시든 유언만을 매달고 있다


일생일대의 깨달음을 간신히, 뭐라고

뭐라고 늙은 틀니처럼 웅얼거리고 있는 듯한

마지막 반짝거림 속에서

나는 그만 울컥한 시 한 줄을 읽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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