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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먹도라지

by 박재옥


그의 머리맡에는 직벽이 걸려있다

허공이 발아래 아슬아슬 빗겨나 있다

척추가 굳어가는 병에 걸려

산에 들어와서 심마니 흉내 내며 살다보니

절벽 먹도라지의 고단함이 그를 닮았다

외줄 로프에 의지해서 미(尾)가 끊어질까봐

혈육을 데려오듯 조심해서 들어낸다

미가 잘 살아나야만

미려함이 온전히 유리병 속에서 살아날 것이다


별일이 있더라도 직벽을 오른다

허공에 기대어 두세 시간 넘게 작업하다 보면

석고처럼 굳어졌던 등뼈가 풀어져온다

고행은 세상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던

간절함이 만들어낸 기록물이다

굳었던 척추 마디가 봄 강물처럼 풀어질 때까지는

진땀이 녹아내리도록 견뎌야한다

고산(高山)이 역삼각형으로 물구나무 서는 고비를


직벽에 매달린 열망의 수직이 팽팽하다

먹도라지에게서 그는 수직을 버티는 법을 배웠다

안락한 수평을 버리고

최소한의 흙으로 자신을 동여맬 때

한 생애를 버틸 수 있다는 것을

한 줌의 비와 햇빛으로도

충분히 생명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위태로운 벼랑의

도라지꽃들

이쁘고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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