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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삭임 속삭임

by 박재옥


푸른 벼들이 환해지는 아침이다

뼈속까지 바람이 분다

갑자기 들판이 분탕치듯 소란스러워진다


둘러앉은 벼들끼리 속삭이는 소리

마을 회관에 마실 온 할미들처럼

쉬지 않고 떠드는 입


마을에 택지개발이, 시작된다는

누구네 선산이, 헐린다는

누구네 논밭이, 뒤집힌다는

그 많던 고요의 구멍들이, 원망없이 메워진다는


첫번째 논배미에서 마지막 논배미까지

창궐하는 소리 소문, 없이


쉿, 귀 기울여봐!


들녘이 숨죽인 채 막귀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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