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협주 Feb 03. 2024

드라이브 라이언고슬링 캐리멜리건 그녀가말했다 조이카잔

Jan 03. 2024

작년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내 기억으론 딱 두편이다.

존윅 4와 서울의 봄.

서울의 봄이야 천만영화니까 그렇다 치고 왜 하필 존윅일까

존윅은 근본이 있다. 런타임의 80프로를 완성도 높은 액션에 할애해주는 이런 영화가 요새 어디있나. 존윅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보다 만 사람은 없다. 존윅이 평점 5점대로 후려쳐지는 날이 올지라도 존윅은 극장에서 볼거다.

존윅과 바람의 검심은 근본이 있는 시리즈다.


여하튼

오랜만에 집에서 존윅1을 봤더니 요새 부쩍 액션영화가 당긴다.

그래서 볼 생각만 하고 아껴뒀던 고슬링 형의 드라이브를 봤다.

아니 잘빠진 액션영화인줄 알고 봤는데 세상에나, 장면들이 너무 비범하잖아?

역시 고슬링은 작품 고르는 안목이 대단하다.

액션은 아주 리얼하고 잔혹하고 비정하다.

근데 영화의 전반적 이미지는 아주 눈부시고 아련하다.

특히 고슬링과 멜리건이 한낮의 드라이빙을 즐길때 나오는 올드팝(A real hero)과 노오란 화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다. 그 짧은 장면이 놀랍게도 이 영화 후반부의 당위성을 백마디 대사를 대신해 지탱해준다.

엘리베이터 키스씬 역시도. 나를 죽이러 온 킬러를 죽이기 전에 사랑하는 여인과 진한 키스를 하는데 갑자기 조명이 바뀌고 클로즈업되는 미친 감각! 미친 낭만!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현실샷으로 돌아와서 킬러의 두개골을 박살내버리는 잔혹함의 교차. 극도로 영화적이고 제멋대로고 멋있다. 아 쩐다.

그래 서사가 주인 영화도 좋지만 이미지의 나열로 이루어진 이런 영화를 정말 '영화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담백하게 스타일리쉬하다. 아 좋은 영화.


/


캐리 멀리건의 연기를 더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에 검색했더니 '그녀가 말했다'라는 영화가 나왔다. 무려 하비 와인스틴을 다룬 영화다. 평도 좋길래 봤다.

이햐

이 또한 참 좋은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담백, 담담, 묵직, 속도, 음악 등등 너무 조화롭다.

보여줘야 할 메인서사, 사실을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에 집중해주고 그 외의 플롯이나 장치에는 일절 욕심을 부리지 않는 듯한 태도.  감독의 태도가 옳다.

특히 감탄하게 된 장면은

와인스틴의 성추행 사실을 피해자의 기억으로 복기하는 두 장면. 그날의 이미지들을 공간적 사물적 인서트로만 보여주되, 그 이상의 사실적 연상을 유발하는 모든 시각요소를 배제시킨다. 사실적 재현은 이미 회상하는 대사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화면은 화면이 해야 할 일만 적절히 수행한다.

탐사보도영화의 에너지와 조심스러움이 그대로 전달돼서 좋더라.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정말정말 좋아하고 연기적으로도 최고의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 또한 비슷한 미덕을 가진 것 같다.

멜리건의 연기도 좋았지만, 조금 더 주 화자에 가까운 조이 카잔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불필요한 고저의 그래프 없이 두 배우의 케미가 충분히 뜨거웠다.


/


조이 카잔은 처음 들어보는 배우라 검색해봤더니 엘리아 카잔의 손자란다. 그 유명하고 저명한, 영화연출로도 유명하고, 메소드 연기교육의 선구자로도 유명한 전설적인 엘리아 카잔!

그래서 엘리아 카잔을 검색해봤더니 몰랐던 재미난 정보가 나오네?


<...이 일련의 과정은 상당히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액터스 스튜디오는 브로드웨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배우 양성소였고, 따라서 출신 배우들 상당수가 할리우드에도 진출해 스타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하필 그 액터스 스튜디오가 주력으로 가르쳤던 메소드 연기법의 창시자인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러시아인(당시 구소련인)이라는 것이 트집잡혀 그 설립자인 카잔이 불려가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굳이 액터스 스튜디오 출신이 아니더라도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법을 공부하기 위해 러시아 유학을 하거나 러시아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은 연극인들이 많았는데, 문제는 이들 중에서 엘리아 카잔이 단순히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대표로서 증언을 강요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엘리아 카잔은 액터스 스튜디오의 설립자일 뿐, 모든 권한은 동업자인  스트라스버그에게 있었다. 당연히 영화계 인사 중에서 카잔이 인지도와 영향력이 컸다는 것일 뿐, 그가 무슨 미국 영화계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심지어 이 청문회 때는 액터스 스튜디오와 라이벌 관계였던 스텔라 애들러'스텔라 애들러 연기 스튜디오'와도 한통속으로 엮여서 두들겨 맞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애초에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이었던 1938년에 죽은 양반인 스타니슬랍스키를 한참 훗날인 1952년에 와서 꼬투리잡았다는 것은 그냥 영화계를 들쑤시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고, 재수없게 카잔이 거기에 딱 코가 꿰인 것이다. 사실은 카잔도 매카시즘의 피해자였던 셈.>

-출처 나무위키


연기의 세계에도 이런 역사적 전상황들이 존재한다.

연기과는 왜 졸업을 하려면 논문을 써야할까 실기석산데.

논문은 안 쓰되 졸업은 하고 싶다. 제발.


/


스포트라이트 다시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연말의 혼잣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