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31. 2023
브런치를 자주 작성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많이 안쓰게 되네
오히려 브런치작가 하기 전까지는 신청할 생각에 조금 더 의욕을 냈나?
딱히 그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흠
사실 세네줄 써놓은 이야기는 꽤 많아.
‘지금 이런 생각이 드니까 살짝만 스케치해놓고 나중에 써야지’ 했던 즉흥의 기록들.
하지만 다 정식으로 글이 되기는 쉽지 않아.
한때의 시나리오도 그랬나. 조금 어렸을땐 시간이 남으면 무슨 단편영화라도 찍어보고 싶어서 짧은 시놉들을 끄적이곤 했었는데. 세네줄에서 길게는 서른줄 정도.
조금 더 적어보고 조금 더 밖으로 꺼내봐야지. 나름 그 순간들의 저장고였으리라.
그런 생각도 들어
근래 비교적의 다독을 하는 중인데
섬세하게 펄떡이는 작가들의 글을 보면 오우 저 사람들의 문장을 따로 기록해두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브런치에 무언가 올리고 싶긴 한데 막상 생각하며 글을 적기는 귀찮을때 그런 문장들을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거지. 팔로워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두세명의 친구들이라도 나로 인해 어떤 작가 어떤 소설을 알게 된다면 그또한 의미있지 않을까.
소설들을 읽다보면 신기해
어쩜 이렇게 어느 순간의 나를 기록해둔 것 같이 예리하지? 분명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스토리인데도 중간 중간 어떤 구절에서 나를 느끼곤 해. 아마 그런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기에 그들이 소설가이고 많이 읽히는 것 아닐까 싶어.
특히 2020 젊은작가상 수상집이 너무 재밌었어.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초반 세작품<강화길의 음복,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은 각자 너무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소설이었어. <음복>은 두고두고 생각날거야. 내 머릿속에선 거의 스릴러장르의 단편영화처럼 이미지로 기록되어있어.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날카로운 이야기에 찔리는 느낌도 들고.. 얼마전에도 친한 극작가랑 이야기하다가 <음복>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둘 다 크으크으 했었어. 강화길 작가의 글은 그외에 본 적이 없는데 좀 찾아봐야겠어.
그러고보면, 글쟁이들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5년전쯤 단편모음 연극을 준비하던 중 알게 된 한 작가는, 자신이 지구와 생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 같다고 말했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저런 ‘건강한 비건강적 사유를 솔직하게 할 수 있기에’ 작가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난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좀 문화충격이었어. 작가님 참 대단하시다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살면 일상이 좀 피곤하겠다 싶기도 했었고.
근데 그 이후로 나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 나이가 드는 건가. 지구와 생명들까지는 아니라도 조금 더 작게,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내 관객들에게 나는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이로운 사람인가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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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데
가장 지배적인 정서는 애도하는 마음인 것 같아.
몇 편의 단편을 통해 이름을 알고 있던 작가님이 돌아가셨어.
전후사정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많이 슬펐어. 편히 쉬시기를.
지금 공연을 같이하고 있는 선배들의 동료였던 배우님도 돌아가셨어.
나에게도 먼 선배였겠지.
사적인 문제로 사람을 벼랑으로 내몰지 않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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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극 중 하나는 사랑과 자유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며 참사에 관한 마음을 풀어낸 극이었어. 연극을 봤다, 혹은 내용을 읽었다기보다는 어떤 마음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우리네 마음도 그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기에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