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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게 기름지고 쫄깃해, 찹쌀도넛

기름져도 단조로운 하나의 맛 -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노력"

by 세진


기름져도 단조롭고 담백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노력 속에 깊은 울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과한 기름짐은 입을 텁텁하게 하고, 과한 담백함은 음식을 내려놓게 한다. 과하지도, 적지도 않은 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될까. 그리고, 그것을 당당하게, "단조롭게" 드러내는 "노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열정이 필요할까. 쫄깃하게 늘어나는 찹쌀도너츠를 한 입 베어문다. 적당하게 스며드는 기름진 맛. 과하지 않은 쫄깃한 맛. 당당하게 아름다운 간결한 맛.



그런 날이 있다. 어떠한 여러 가지의 맛을 동시에 즐기고 싶지 않고,

하나의 맛을 깊이 음미하고 싶은 날.


사실 나는 어떤 음식을 먹던 맛이 가지고 있는 깊은 본질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오늘은 그러기에 딱 좋은 날. 마침 지나가고 있는 도넛 가게, 마침 간식으로 먹을 찹쌀도넛!

발걸음을 꽈배기 집으로 향한다. 몇 개밖에 안 남은 찹쌀도넛을 구매했다.



흐물흐물하지만 간결하게 도가니의 역할을 하는 도가니탕을 먹었다. 그리고 간식으로는 단조롭기의 대명사 찹쌀만 들어있는 찹쌀도넛을 한입 먹었다. 찹쌀도넛 안에 들어있는 쫄깃한 찹쌀이 입안을 채웠다.

어떠한 짠맛도 없이 그저 고소함과 쫄깃함으로 무장한 찹쌀도넛을 먹었다.


적당한 기름짐과 찹쌀로만 이루어진 단조로운 하나의 맛.

어떠한 기교도 없이 단순하게 나의 즐거움을 채워주는 찹쌀도넛.

단조로운 도가니탕, 단조로운 찹쌀도넛.

어떠한 화려한 맛도 없이 본질만 채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단조롭게" 날 행복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때로는 인생도 이렇게 단순하게 행복하면 좋겠다. 하지만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운 법.

본질의 맛을 잃지 않고, 그 본질만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알기에 더욱 그렇다.


나는 기교 없이 추구하는 본질의 맛을 사랑한다.


소스로 흩뿌리지 않고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그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소스 없이도, 시즈닝 없이도. 어떠한 가루 없이도. 이 맛은 그 담백한 본질이 맛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이 시선을 가지니까.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저렇게 당당하게 찹쌀도넛을 팔까"

의아해며 구매하니까. 그리고, 대체로 그런 매장들의 음식들은 맛이 뛰어났다.


그 맛이 가지는 "본질"의 장점을 잘 살리도록,

수없이도 많이 연습하고, 발전시킨 자신만의 "능력"으로 내놓은 결과물이라서. 그래서 뛰어난 맛인거였다.



생각해 보면 그런 거 같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수없이 연습하고 갈고 닦아서 내놓으면,

누군가 한 사람은 알아준다.

내가 밋밋하고, 기교 없고 소스도 시즈닝도 없는 찹쌀도넛을 알아보고 사 오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아도 찹쌀도넛의 맛을 알아주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연재라는 꿈을 펼치는 이 순간에도, 나는 이 글을 몇 번이나 다듬고 내놓았다.

기교도, 홍보도 없이 브런치에 내놓았다.


그래도 지나가는 누군가라도 나의 글을 읽어주리라는 걸 아니까. 그러한 믿음이 있으니까.


내 글이 과하지 않은 적당한 기름과 쫄깃함을 가지고 있단 것을 누군가는 알아줄 거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이 당당한 모습을 드러낼 때 허세가 있으면 안 됐다. 이 모든 것이 "단조롭게" 이루어져야 했다. 마치 찹쌀도넛처럼.

사실 이건 글만 그러할까.

허세 없이 나의 능력을

어필하기 위한 "단조로움"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능력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자신을 믿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나는 수많은 난관 속에서 내 능력을 키웠다.

누구도 모르는 눈물을 훔치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을 보내며. 그러기에 더욱 당당하게 드러낸다. 그동안 쌓아온 나의 능력들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내가 써온 글에 대한 능력이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려움 속에서도 당당하게 글을 던진다.


이번에도 누군가가 알아봐 줄 거라는

"믿음"과 함께.

그리고, 그 믿음은 나 자신에 대한 "능력" 신뢰와 함께 온다는 것을 인지한 채로.


간결하고 단조롭게,

찹쌀도넛이라는 포장지에 쌓아서. 생각해 보면 내가 나의 능력을 드러내던 방식은,

자신감을 장착하고 내놓은 "단조롭지만 확실한" 결과물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더욱 남들의 결과물을 살펴보게 된 거 같다. 저 사람의 노력을 내가 아니까. 그래서 내 삶에서 보이는 다른 이들의 단조로운 노력이 잘 보인 거 같다.




오늘 베어 먹은 찹쌀이 유난히 쫄깃하다. 유난히 담백하다.

그렇게 쫄깃한 찹쌀도넛을 몇 번이고 씹고 음미했다.

적당한 기름맛까지 느끼고 나면 삼킨다.

맛있다, 중얼거리며.

다음에도 방문해야지,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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