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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데 깊은 맛, 황태북어국

북어국으로 살펴보는 싱겁지만 깊은 맛

by 세진


싱겁지만 깊은 맛.

공허함과 싱거움으로 채워진 깔끔함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건강한 재료가 아니면 우러낼 수 없는 깊은 맛. 그러한 깊은 맛인걸 알기에 더 뗄 수 없는 시원함.


시원하지만 생기는 이 공백은 건강한 공백. 어쩌면, 자극적인 것으로 채워진 이 세상 속에 꼭 필요한 건 싱거움이 아닐까.


싱거움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한 끼를 거하게 먹고 잠에 들었다.

깨고 나니 당연히 소화가 안 됐을터. 지금부터 아예 굶어도 되었지만,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마침 부엌에 놓여 있는 황태북어국이 있었다. 그거나 먹어볼까, 하며 가벼운 걸음으로 향했다.


부엌에 도착하니 보이는 큰 냄비. 뚜껑을 여니, 콩나물과 두부, 황태어로 이루어진 국이 한 가득 놓여있었다. 국자를 들어 국 그릇에 덜고, 가만히 한 입 먹는다.


음, 역시 배불러.


저녁으로 먹을 시간이었서, 밥을 떠서 국과 간단히 먹고 싶었다. 그러나 밥 마저 포기해야 됐다. 너무 배불러서.

그런데,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시원한 국물.


평소라면 흰 밥과 반찬을 챙겼겠지만 오늘은 밥도 없이 달랑 국 한그릇만 먹기로 했다. 한 입씩 떠먹어 보았다.


시원하고 칼칼하지만, 그럼에도 빈 공백 없이 채워지는 싱거움. 그 싱거움이 마음에 들었다.


그 싱거움이 계속해서 국물을 마시게 했다.


가끔은 이러한 싱거움과 공백이 더 끌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국물을 마시고, 건더기를 골라먹었다. 늘따라 더욱 투명한 국물의 색이다.


자극적임 이후로 싱거움.


자극적임 이후에 맛 보는 싱거움은 두 배로 강하지만, 그러기에 두 배로 더 시원했다.


공허하지만, 그럼에도 건강한 재료로 꾹꾹 채워진 싱거움. 그러기에 더욱 깊은 맛.


묘하고 모순적인 이 맛을 황태북국으로 배운다.


요즘 세상에 도파민, 도파민 하며

자극적인 것을 찾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싱거움과 깊음이 공존하는

무언가가 없다면

자극적인 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극적인 것을 위해 존재하는 싱거움.

싱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자극적.


어쩌면 이 모순적인 세계 속에서 우리는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싱겁지만 깊은 맛.

공허함과 싱그러움으로 채워진 건강한 맛.

자극적인 것만을 원하는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였다.

깔끔한 국물을 휘휘 젓고 마셔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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